관광버스 과속 이유 따로 있었네

최근 울산과 강원에서 관광버스 과속으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과속을 막기 위한 속도제한 장치를 무단으로 조작한 정비업자와 운전사들이 경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덩치가 큰 대형 차량의 안전운행 장치를 불법 개조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많은 것으로 추정돼 철저한 단속이 요구된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차량의 최고 속도제한 값을 해제한 혐의(자동차관리법위반)로 무자격 자동차공업사 업주 김모(45)씨 등 4명과 운전기사 이모(56)씨 등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씨 등의 부탁을 받고 관광·전세버스 7대와 화물차 17대의 속도제한 장치를 무단으로 불법 조작한 혐의다.
버스와 트럭의 경우 최고 속도제한 장치가 의무적으로 장착돼 이를 초과할 경우 엑셀레이터를 밟아도 가속이 되지 않도록 돼 있다. 총중량 4.5t~10t 이상 차량은 100㎞∼110㎞, 16t 이상 고압가스운송탱크로리 등은 80㎞로 속도가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씨 등은 1대당 15만~25만원을 주고 김씨 등이 일명 ‘갈레토’라는 해제기기를 이용해 전자제어장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제한속도 값을 높이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엔진출력 증강’등을 안내하는 명함을 고속도로 휴게소와 차고지 등에 뿌려 속도제한 장치 해제를 원하는 운전기사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 등은 이후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을 때는 검사장 인근에서 최고속도 제한 값을 재설정하는 지능적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속도제한 장치가 조작된 전세버스에는 프로야구 KIA타이거즈 선수단이 이용하는 버스 3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IA 선수단은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원정 경기 등을 하면서 해당 차량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선수단 운전기사가 1군과 2군 선수단을 경기시간에 맞춰 신속히 이동시키기 위해 업자에게 장치 조작을 요구했으며 KIA 구단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광주시와 합동단속에서 이 같은 위법사실을 적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등은 불법 정비로 과속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돈을 챙겨왔다”며 “과속이 대형 교통사고의 주된 원인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 대형 차량을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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