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42. 대구극단 백치들, ‘연극으로 저항’

Է:2016-08-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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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42. 대구극단 백치들, ‘연극으로 저항’
[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42. 대구극단 백치들, ‘연극으로 저항’
[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42. 대구극단 백치들, ‘연극으로 저항’
김세환 작 ‘니 애비의 볼레로’는 한국사회 다문화가족과 ‘코피노’(kopino,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합성어로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2세를 말함)들의 무겁고 고단한 삶을 투영해 ‘제2회 윤대성 희곡상’을 받은 작품이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이 이 작품을 대구에서 초연(7월20~24일·우전소극장)을 하고, 게릴라극장(7월27일~31일) 공연을 거쳐 제16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 연출가전에 출품해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극단 백치들의 미세한 저항의 파열음이 성과를 얻고 있다. 창단 5년만이다.



20012년 대구에서 창단된 극단 백치들은 연출·배우로 구성된 30대 초반의 젊은 단원 6명으로 출발해 현재는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구의 보수적 연극토양에서 ‘연극 저항집단’ 이라는 다소 돌진적인 단체의 의미를 부여하며 출발했다. 창단의 의미를 ‘연극으로 세상을 저항한다’라고 항로를 정했다. 안민열 연출은 지역연극에 저항적 자세를 취하며 극단을 창단했다. 백치(白癡)는 기존 연극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무(無)의 상태로 돌아가 새로운 연극양식으로 승부하겠다는 수용적 자세다. 단원들은 백치(白痴)로 연극을 품고 연극질서에 저항하면서 신선한 재료로 무장해 연극을 생산하겠다는 도전적인 태도다.



연출은 ‘백치’ 의미를 “연극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세상에 저항하는 ‘신성한 바보’로 되돌아가고 싶다. 신성한 바보는 배우를 말하는 단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극단 백치들의 수용적 태도는 다양한 연극적 재료들을 겸허하게 담아 연극적 저항성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단원들의 의식과 연극을 대하는 태도로 응집된다. 저항은 비주류의 결핍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다. 극단 백치들은 이러한 비주류의 시선과 태도로 연극을 바라본다. 저항은 연극을 흡수하는 시선이 날카로운 연극적 표현성으로 무대를 흡수 할 때 주류로 성장 할 수 있다. 저항의 불발은 도전적 가치만 숨을 쉬는 변방의 연극이 된다.



흔히 백치는 일반인과의 정서적 사고의 괴리감, 평균적인 지능적 저하의 상태나 동떨어진 사유를 나타내고 있을 때 이들을 가리켜 표현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극단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백치로 돌아가고자 하는 배우의 자세이며 연출의 연극적 수용성은 저항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연극적 수용의 폭은 백치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표현은 저항적 태도로 연극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연극과는 다른 형식성과 표현성으로 승부해 극단의 독자적인 연극예술성으로 진검승부를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현대연극을 변화시켜온 선구자적 연극 예술가들도 이러한 저항적 태도와 예술성으로 기존연극과는 ‘다름의 연극’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다름의 연극은 연극사유의 장르적 질서를 형성해 왔고, 오늘날에도 기존 연극질서에 저항하며 현대연극을 변화 시키고자 하는 극적 실험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저항성은 발화된 표현의 양식들이 날카롭고 분명한 연극언어를 형성하고 반사시킬 수 있을 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저항적 의식은 꿈틀대고 표현양식은 비대하고, 빈약한 재료로 둘러싸인 저항은 연극을 타격하는 방향성이 모호해질 뿐이다. 대구극단 백치들이 무대 향해 겨누는 저항은 재현의 표현성을 이탈한다. 공연된 작품들을 수용하면서도 텍스트의 재구성과 표현의 다양화된 재료들을 융합하고 배우들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발화시켜 극적 창구를 연결하면서 백치들은 ‘연극저항집단’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0012년도에 창단공연으로 이윤택 원작 ‘시민K’를 ‘시인K’로 환기시켜 한 시인의 고백적 낭독을 통해 대중의 소통성이 부재하거나 겉도는 예술현상의 부조리함을 신체극 형식으로 작품을 수용하고 관객은 극단이 문제를 제기하는 극적흐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브레히트적인 형식으로 융합해 공연을 올려 지역에서는 신선한 출발이었다는 평가와 시선을 받았다.



이후에도 극단 백치들은 움직임, 무용, 이미지를 무대로 적극 활용해 원작 텍스트를 전환하고 재구성으로 작품을 비틀면서 이오네스코의 ‘수업’(2012), 하이너 뭘러 ‘햄릿머신’(2013), 장 쥬네의 ‘엄중한 감시’(2013)를 ‘버려진 자들’로 재구성해 사회현실의 폭력성을 들추어냈으며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 ‘세븐데이즈’(2014)에 이어 ‘리비도 파우스트’(2015)을 공연하면서 극단 백치들의 ‘저항연극’의 항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예술적 표현성과 재료가 넘쳐나는 이시대의 저항은 극단의 저항적 사유와 융합의 자세로만으로 성립될 수 없다. 저항적인 바람의 세기는 현대연극을 변화시킨 아르또, 스타니슬라브스키, 브레히트, 그로토프스키, 입센, 장주네, 베케트, 피터부룩, 로버트 윌슨 등 전 세계 수많은 연극 예술가들의 실천적 수용으로 발화된 공연들은 기존의 보편적 연극질서에 대항한 새로운 연극을 추구해왔다. 그것은 현대연극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배우들의 훈련과 표현성들도 독창적인 세계를 제시해왔다.



연극의 저항성은 단순하게 텍스트의 언어를 걷어내고 배우의 움직임과 신체로 공간을 채우고 이미지, 미디어, 배우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활용한다해서 강렬한 저항적 연극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없다. 현대연극에서 이미 표현되고 있고, 재활용되고 있으며 폐품 처리된 양식들이다. 지역에서 바람의 세기만 달리하는 ‘저항’이 아닌 주류연극으로 형성 할 수 있는 저항성으로 돌진해야 한다. 단순히 재현의 표현성을 이탈해 표현의 방법을 비틀고, 극중 장면이 윤기 날수 있도록 양념만 달리한 재구성과 표현의 융합들은 저항으로 발화되는 새로운 연극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은 다소 공격적인 수식어로 극단의 이름표를 달았다. 추구하는 저항의 속도가 지역 보수연극에 도전하는 젊은 단원들의 패기로만 받아들여지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극단 백치들의 저항적 예술성은 변방의 젊은 연극인들의 패기가 아닌, 극단의 독창적인 언어로 발화됐을 때 ‘연극저항집단’의 항로는 길이 될 수 있다. 이제 극단 ‘백치들’ 의 연극저항의 항해가 이번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 작품상을 계기로 점화 됐다 할 수 있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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