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도 되기 전 개정안 쏟아지는 '김영란법'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농·축·수산물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에 이어 국회의원·시민단체의 ‘로비’를 예외로 인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법률 시행도 전에 다수의 개정안이 발의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달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둔 데다 ‘이해 충돌 방지’ 관련 규정 삭제로 ‘반쪽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3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김영란법상 부정청탁 예외 범위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영란법이 규정한 15개의 부정청탁 유형에서 국회의원·정당·시민단체를 예외로 해놓으면 의원과 시민단체에 청탁성 민원이 몰리는 등 악용 소지가 크다”며 “법의 명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관련 조항을 두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입법과정에서 스스로 면죄부를 마련한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강 의원의 또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 등’의 범위에서 제외키로 했다. 그는 “민간인들까지 대상에 포함하는 건 법 적용의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하는 과잉입법”이라며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은 자체 사규와 내부 규정이 있으며, 심할 경우 형법상 알선수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국회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은 ‘이해충돌 방지조항’과 관련해 다수의 관계 법령을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한 후 2차 개정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명절과 같은 특정기간에 김영란법의 수수금지 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소비위축을 우려하는 농·축·수산업 종사자의 의견을 반영한 개정안도 줄을 잇고 있다. 강 의원 개정안은 ‘명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되는’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은 김영란법의 예외로 두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13명이 수수 금지 대상 품목에서 농·축·수산물과 가공품 등을 제외하는 대신 농·어민 보호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국내산으로만 한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냈다. 김 의원은 “국내 농·축·수산물의 40∼50%가 명절 때 선물용으로 소비되고, 이렇게 판매되는 과일의 50%, 한우·굴비의 99%가 5만원 이상인 현실을 고려할 때 만약 이 법률을 지금처럼 시행하면 1조3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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