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던 10대 가출 고교생, 잔혹한 범죄 계획 후 묻지마 살인강도 저질렀다가 하룻만에 경찰에 붙잡혀

우울증을 앓던 10대 가출 고교생이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다가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고교생은 잔혹한 범행을 계획하고 가출 당시 칼 3자루를 미리 집에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9일 아파트에 침입해 생면부지의 50대 주부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고교 2학년 최모(17)군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최군은 지난 28일 오전 10시15분부터 낮 12시20분 사이 광주 서구 화정동 모 아파트 4층 A씨(50·여)의 집에 들어가 A씨를 흉기로 20여 차례 찔러 살해하고 노트북과 금품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27일 새벽 전남 영암에서 가출해 광주에 온 최군은 A씨의 아파트 옥상과 연결된 비상계단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범행을 저질렀다.

최군이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밤을 새우고 사건 당일 오전 8시부터 아파트 입구를 오가는 장면은 주변 CCTV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귀가한 딸에 의해 욕실 바닥에 누운 채 발견된 A씨가 목 주변을 20여 차례 흉기에 찔리고 두개골이 함몰됐을 만큼 크게 훼손된 점으로 미뤄 당초 원한에 의한 면식범일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A씨의 왼손은 흉기를 막는 과정에서 찔린 큰 상처가 다수 남아 있었다.

경찰은 탐문수사를 통해 ‘택배요’라는 남자 목소리가 들린 뒤 ‘우당탕’하는 소리가 났다는 이웃주민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하지만 돈이 궁해 범행을 저지른 최군과 피해자 A씨는 범행 순간에 처음 얼굴을 마주한 사이였다. 최군은 끔찍한 범행 이후 집안 곳곳의 혈흔을 닦아 없애는 등 완전범죄를 노렸다. 그러나 주방 서랍장에 지문을 남기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은 최군이 범행을 한 아파트의 현관과 안방, 거실, 욕실 등 곳곳에 A씨의 혈흔과 이를 지우려한 흔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최군은 범행 직후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까지 달아났으나 범행현장에서 확보한 지문을 토대로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에 나선 경찰에 29일 오후 2시30분 부산역 앞에서 검거됐다. 사건이 경찰에 접수된 지 21시간30여분 만이었다.

경찰은 최군이 검거될 당시 갖고 있던 가방에서 A씨의 집에서 훔친 노트북과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집에서 미리 준비한 칼 3점, 펜치, 밧줄, 신용카드 5매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최군이 타인명의의 신용카드 5매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군은 경찰에서 “무작정 가출한 뒤 생활비가 없어 범행을 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최군이 가출한 직후 생활비로 사용할 돈을 빼앗기 위해 무작위로 A씨의 집에 들어갔다가 반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보고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최군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수년전 타인을 모욕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3차례 가출을 반복해온 최군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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