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헬.”
오는 8월 6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압둔 브라질 형님들의 모습이 눈여겨 볼만합니다. 형님들께서 “월급을 받지 못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오는 누구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보인 건데요. 헬이라는 표현에 거부 반응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열악한 브라질의 근로 환경과 치안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어서 특별히 눈길이 갑니다.
브라질을 찾은 관광객들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인데요. 이 문구를 접해야할 관광객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듯이 브라질은 최악의 치안 상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찰서와 200m 떨어진 지역에 올해 1월 한달동안 181건의 강도와 98건의 절도가 있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죠.
브라질에서는 지난해부터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월드컵 개최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바람에 교통과 의료·교육·치안 등에 제대로 된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 역시 28일 오후 브라질에 여행유의 경보를 내린 상태입니다. 여행유의는 여행경보 1단계로 해당 지역에 체류하거나 여행을 계획할 경우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권고하는 단계인데요. 외교부는 “빈부 격차 심화와 경기 불황 장기화 등으로 최근 치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운전자 대상으로 총기 강도와 길거리 휴대폰 날치기가 빈발하니 주의해달라”고 경고했습니다.
4월에는 상파울루에 무려 1500명의 시민들이 모여 월드컵 반대 구호를 펼쳤습니다. 상파울로 국립대학은 “브라질에서는 월드컵 예선경기가 치러지던 한 달 동안 약 750명의 어린이들이 살해됐고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50개 도시 중 15개 도시가 브라질에 있다”고 밝혔는데요.
브라질 경찰은 “대부분 강도가 총을 소지하고 있어 피해자가 반항할 경우 목숨까지 빼앗는다”며 “순순히 재물을 내주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도 올림픽 취재를 위해 브라질 출장을 떠날 기자단에 “총기 강도에 대비해 미화 50달러 가량의 현금을 준비해둬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겨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불경기와 빈부격차, 유례없는 실업률 등으로 “열심히 노력해도 안된다”는 자괴감과 열등감이 국민들에게 퍼져나갔기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헬’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한국만의 고유 유행어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브라질은 스스로를 ‘헬브라질’이라고 외치고 있는데다,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해외의 경제 상황도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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