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루 섞어 순수 한약재로 속여 고가에 판 한의사 3명 검거...1만3000여명 구매자 피해우려

식재료로 사용이 금지된 숯가루를 섞어 만든 불법의약품을 순수 한약재로 만든 당뇨치료제라고 속여 고가에 판매한 한의사 3명이 덜미를 잡혔다. 특히 불법 한방 당뇨약이 대량 제조돼 당뇨병 환자 등 1만3000여명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져 합병증 등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한의사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의 의뢰를 받아 제분소에서 불법 당뇨치료제를 대량으로 제조한 식품제조업자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특사경에 적발된 한의사들은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불법 당뇨치료제 3399㎏을 제조해 시중 약국에서 판매하는 당뇨치료제보다 최고 24배 비싼 가격에 팔아 38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에서 판매중인 대표적인 당뇨치료제인 그린페지정은 1만4500원(1개월분, 90정)인데 비해 피의자들이 판매한 청혈익기환, 청혈환 등 당뇨치료제 가격은 23만원~35만원(1개월분, 300g)이었다. 불법 한방 당뇨치료제를 구매한 환자들은 1만3000여명에 달했다.

피의자들이 사용한 의약품 원료는 당뇨치료제 성분이 일부 함유된 성분불상의 원료였다. 메트포르민과 글리벤클라미드는 경구용 당뇨치료제의 주성분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당뇨 관련 전문의는 당뇨병은 장기 치료가 필요하고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질병인 만큼 성능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심혈관 질환, 중풍, 망막질환 같은 만성 합병증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으로서 갖춰야할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불법의약품은 정확한 용량 투여가 되지 않아 기존 치료약 성분의 부작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구에 있는 ㄱ한의원 원장 A씨는 의약품 원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제조자를 만나 계약하고 당국의 수입허가 없이 7년간 15번에 걸쳐 1050㎏을 불법 반입했다. A원장은 이렇게 불법 반입한 의약품 원료를 가지고 환자별 처방전도 없이 경동시장 내 제분소에 의뢰해 당뇨치료제를 대량 제조했다. 특사경이 압수영장 집행 과정에서 한의원 내 탕전실에서 최고 3년이나 지난 ‘목통’을 비롯해 사용기한이 지난 한약재 42종류가 발견됐다. 또 약에 색을 내기 위해 의약품은 물론 식품 원료도 사용할 수 없는 숯가루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원장은 이렇게 만든 당뇨치료제를 서대문에 있는 ㄴ한의원 원장 B씨에게도 공급했다. B원장은 순수 한약으로 만든 당뇨치료제라고 속이기 위해 화학성분 분석보고서의 날짜와 내용을 위조해 환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대구에 있는 ㄷ한의원은 원장 C씨는 2005년부터 평소 알고 지내던 한의사 D씨(2007년 10월 사망)가 불법으로 만든 당뇨치료제를 공급받아 판매해다가 2008년부터는 자신이 직접 제조하고 유통시켜 오다 적발됐다.

이들은 약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권해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시민의 건강권 보호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있는 한의사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당뇨치료제를 불법으로 제조하고 고가에 판매한 것은 시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유사 사례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펼쳐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부정 식·의약품사범을 끝까지 추적, 수사해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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