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을 두고 유명 시인들이 촌철살인 비판 글을 남겨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2013) 등을 펴낸 오은(34) 시인은 22일 트위터를 통해 “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며 “‘묻지마’가 아니다. 성별을 묻지 않았는가. 참으로 전형적인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과거 경험한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겨울, 밤이었고 날이 많이 추워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앞에 가던 여성분이 뒤를 돌아보더니 흠칫 놀라 더 빨리 걸었다”며 “오해받아서 기분 나쁘지 않았느냐고? 내가 그때 그 여성분이 품었던 공포심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오은 시인은 “그 뒤로 나는 학창시절에 배운 계용묵의 ‘구두’가 다른 식으로 읽혔다”며 “이것은 단순히 인간관계의 오해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했다.
대다수 여성 네티즌들은 “핵심을 짚었다”며 공감을 표했다. 또 “남자 6명은 그냥 보내고 여성을 피해자로 지목했는데 이게 어떻게 ‘묻지마’ 범죄냐”거나 “피의자가 ‘여자에게 무시당해서 그랬다’고 말했는데 범행동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앞서 하상욱(35) 시인도 이번 사건 관련 트윗을 남겨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그는 지난 19일 트위터에 “‘여자에게 무시당했다’라는 말이 ‘여자에게까지 무시당했다’로 보였다. 무시당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자에 대해서는 참기 싫었겠지. 혐오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차별하고 있던 거겠지”라고 꼬집었다.
해당 트윗은 3300여개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리트윗은 11000여건을 훌쩍 넘었다.

최근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는 해당 살인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린 서울지방경찰청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3일에는 20대 여성 10여명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찾아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여성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여성혐오(여혐) 범행이라고 보는 여론이 팽배하다”며 “경찰은 계속되는 여성 대상 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성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다”고 촉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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