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 vs 여혐 갈등의 장으로 변한 추모공간

Է:2016-05-22 21:53
:2016-05-2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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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 vs 여혐 갈등의 장으로 변한 추모공간
22일 자정부터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을 자원봉사자들이 정리하고 있다. 허경구 기자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의 공간인 강남역 10번 출구가 남녀 대립의 장으로 변했다.

22일 오후 2시20분쯤 강남역 10번 출구 옆 추모공간에 남성 4명 정도가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추모하고 있던 여성들과 대치했고, 고성이 오가거나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은 경찰이 나선 뒤에도 계속됐다.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 두명씩 모여 13명까지 늘어났다. 이들 중 일부는 탈을 쓰거나 마스크,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얼굴을 공개한 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혐오는 절대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나 추모가 남성과 여성의 편가르기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사이좋게 지내요’ 등의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추모객은 400여명 이상이었다. 여성이 다수였지만 남성도 드물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피켓을 들고 있는 남성들에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50분쯤 1차적으로 시위가 종료됐다. 불법 집회가 될 수 있다는 경찰의 제지에 남성들은 1인 시위 형식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오후 6시쯤 경찰들은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양측의 대치지점 가운데 1m 가량을 비워 두고 질서유지선을 만들고 의경을 배치했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질서유지선을 사이에 두고 양측의 논쟁은 계속됐다.

여성들은 “여성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왔다”고 소리쳤고, 남성들은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사건을 가지고 남성혐오로 몰아붙이지 말라”고 맞섰다.

이날 오후 6시50분쯤 남성들 주변에 있던 이들이 빠져나가고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만 남아있었지만 이들의 논쟁은 계속됐다.

이러한 논쟁을 지켜본 회사원 김모(27·여)씨는 “여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공포"라며 "모든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는 아니지만 모든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다. 이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운동이 추모 분위기를 흐린다는 지적이 있지만 추모 방식은 정해진 것이 없다. 외국에서 인종차별로 인한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추모현장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찾은 이모(31)씨는 “이번 사건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면서 이렇게 커졌는데, 비슷한 사건들은 과거에도 있어왔다"며 "이번 사건도 여성혐오범죄라고 볼 수 있다. 여성혐오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은데, 그 뜻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시작이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장을 지켜온 자원봉사자들은 22일 자정을 기해 포스트잇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5일간 현장에 계속 나왔다는 이모(27)씨는 “정리활동을 시작해 포스트잇과 꽃, 화환 등을 모아 23일 오전 10시에 서초구청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서울시에 이 물건들을 전달해 보존하기로 합의했다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씨는 철거 이유에 대해 “24일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현장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그렇다”며 “추모객들의 뜻이 그대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를 비롯한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22일 자정을 넘기자 준비해 온 하드보드지에 포스트잇을 옮겨 붙이기 시작했다. 포스트잇을 정리하는 작업에 지원한 대학생 김모(24·여)씨는 "이런 사건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발생한 경우가 없어 항상 남일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더 와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호 허경구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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