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한국 발레를 세계에 알린다는 책임감을 다시 한번 다지겠습니다.”
한국 발레리노 최초로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자 무용수상을 수상한 김기민(24·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이 18일 국민일보와의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혔다.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상식을 마치고 짧은 휴식을 취한 그는 “너무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서 수상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마린스키 발레단 단장님은 제 수상을 미리 알고 계셨던 것 같은데, 전혀 언질을 주지 않으셨다. 그래서 시상식 인사말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짧게 끝냈다”면서 “제가 상을 받기까지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 어렵다. 그래도 외국인이지만 나를 좋아하고 존중해주는 발레단 동료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동안 무용수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여러 선생님들, 나와 호흡을 맞춰온 발레리나들에게 특히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무용계 최고 권위를 지닌 브누아 드 라당스상을 수상했지만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담담했다. 시상식을 마친 다음 날 (마린스키 발레단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는 “큰 상을 받긴 했지만 솔직히 내겐 상보다 관객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줄줄이 예정된 다음 공연들의 연습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춤을 추며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어린 시절 꿈을 이뤘지만 최근 너무나 바쁜 나머지 힘들다는 생각이 좀 들었었다. 초심을 잃은 것 같아서 다시한번 마음가짐을 다져야겠다”고 피력했다. 또 “무용수들은 무대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에 일상에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자 무용수상 후보 명단에 파리오페라발레의 조슈아 호폴트 등 세계적인 무용수 5명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파리오페발레에 객원무용수로 초청돼 공연한 누레예프 버전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과 마린스키 발레단의 포킨 안무 ‘셰헤라자데’의 황금노예 역으로 노미네이트됐다. 특히 인도를 배경으로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으로는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는 “두 작품의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역할에 몰두하기가 쉬웠다. 여기에 ‘라 바야데르’와 ‘셰헤라자데’의 경우 동양적인 작품이라 내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자평했다. 이어 “마린스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주역들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보여주는데 비해 파리오페라발레의 ‘라 바야데르’는 움직임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특징이 있다. 도전적인 성격이라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흥미를 느끼는 한편 나만의 특징을 살리려고 노력한다”면서 “‘셰헤라자데’의 경우 포킨의 안무 철학은 물론 20세기 초 초연 당시 니진스키의 모습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니진스키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이 작품을 재안무했던 마리스 리에파가 내 공연을 보고 칭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브누아 라 당스 갈라공연에서는 ‘셰헤라자데’의 황금노예의 춤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초심과 책임감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4월 4년여만에 수석무용수로 초고속 승급하며 한국 발레 역사를 새로 썼던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다 보니 한국 발레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들어 더 열심히 춤추게 된다. 내가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후배들이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자기계발과 훈련만 잘 되어 있으면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관객에게 자신의 춤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도 감추지 않았다.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이후 한국 무대에서 그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2년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이 유일했다. 그는 “한국에서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마린스키 발레단 소속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인으로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만큼 한국 발레를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어서다. 그게 나를 키워준 한국 발레계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에서 머지 않은 시기에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내 바람이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성사돼서 ‘라 바야데르’와 ‘셰헤라자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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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브누아 드 라당스 수상한 김기민 "초심을 잃지 않겠다"
정평이 난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으로 한국 관객 만나고 싶은 바람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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