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6시쯤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앞 해상. 어업지도선을 타고 당섬선착장을 통해 연평도 봄어장을 거쳐 이곳에 이르자 중국어선들이 대연평도에서 1.8㎞ 떨어진 북방한계선(NLL) 부근 해상에서 조업하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새끼 꽃게까지 싹쓸이를 하는 중국어선들 때문에 가슴이 타들어가는 어민들이 ‘어선을 몰고 직접 중국어선을 쫓아내고 싶다’고 말하는 심정이 이해할만했다.
우리 어선들은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에 바다로 나왔다. 29척 중 해일7호, 대신호, 길영호, 15유성, 우강호, 삼진호, 민영호, 정복호 등 8척은 꽃게잡이가 안 된다며 출어를 포기했다. 우리 어선들은 그물에 걸리는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어서 새끼들은 그물 틈으로 빠져나가지만 중국어선들은 쌍끌이를 통해 새끼 꽃게까지도 모두 걷어 올리고 있다.
이날 연평도 NLL 일대에는 중국어선 193척이 무더기로 몰려들었다. 전날 181척보다 12척이 많았다. 이들은 야간조업까지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평도 동북쪽과 서북쪽 해상을 볼 수 있는 최전방 망향전망대에서는 불법 중국어선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일부 중국어선들은 NLL을 따라 북한쪽으로 이동하며 꽃게잡이를 계속하고 있었다.
어민들은 흐린 날은 경비함정도 출동하지 않고 우리 어선들의 조업도 통제돼 200여척의 중국어선들이 마음 놓고 활개를 치고 있어 속수무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군이나 해경이 쫓아가면 비웃듯이 북한 수역으로 달아나는 중국어선들의 행태에 어민들은 물론 주민들도 분통을 터뜨렸다. 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재옥(57·여·연평면 중부리)씨는 “꽃게 씨가 말라 올해는 구경도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지난 7일 오후 8시쯤 해경 특공대원들이 쇠창살로 중무장한 중국어선 어선들이 단속에 격렬히 저항해 실탄을 쏴 제압한 사실이 알려지자 어민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해경이 단속을 나가면 꽃게 등을 잡은 물증을 확보해야 하지만 불법 조업 어선들이 북한 수역으로 달아나거나 운반선으로 어획물을 빼돌려 중국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공권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박태원(58) 연평도 어촌계장은 “중국의 바다가 황폐화된 뒤 중국 어선들이 NLL 일대에 터를 잡고 운반선을 동원해 계속 수산물을 실어나르고 있다”며 “NLL이 중국의 거점항으로 변한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이어 “18년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어선들의 싹쓸이를 막기 위해 늦었지만 NLL 해상에 대당 1억원 상당의 어초를 대대적으로 투입해 쌍끌이 방식의 중국어선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20년 내에는 생태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민들은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꽃게잡이’를 위해 어민들이 허가받은 어구보다 많은 양을 설치해 연평도 해상이 바다쓰레기장으로 변하면서 생태계가 악화된 측면도 있다”며 “어선들이 그물을 가져간 만큼 다시 가져오도록 해야 바다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정부가 연평도의 황금어장을 방치하면서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 이맘때 118만6355㎏에서 올해는 1만1100㎏으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꽃게잡이 어선 5척이 새우잡이 배로 전환하기도 했다. 나포된 중국 배에서도 꽃게는 거의 나오지 않고 조개류와 새우, 잡어 등이 발견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섬선착장에는 그물에서 꽃게를 떼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연평도의 식당과 민박집에서도 꽃게가 없어 꽃게요리를 해본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가 됐다.
연평도의 꽃게잡이 어선들은 꽃게가 나오지 않자 수협의 지원을 받기위해 불사사리를 건져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꽃게철의 안전한 조업을 돕기위해 꽃게잡이 어선보다 먼저 출항하고 가장 나중에 들어오는 어업지도선도 요즘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황금어장인 NLL어장을 중국어선들이 싹쓸이하면서 기름 값도 건지지 못하는 어선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허가된 어장을 벗어나 조업하는 우리 어선이 있을 경우 어업지도선이 전속력으로 출동해 통제를 할 때는 어선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지기도 한다. “중국어선은 그대로 두고, 우리 어선만 통제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천지검과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불법 중국어선 20척을 나포해 선원 38명을 입건하고 20명을 구속하는 등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어민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솜방망이로 처벌’이라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봄철 소득에 해당하는 10억원가량을 벌금으로 물려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이 해경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서로 무전연락을 주고받는 등 정보를 교환하면서 싹쓸이 어로를 하고 있다”며 “어선 좌우에 쇠창살을 설치하고 쇠꼬챙이를 휘두르며 위협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연평도에 주둔하기 시작한 해경특공대원들은 나포과정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국어선들과 피 말리는 전투를 하고 있다. 해경특공대원들은 연평도 당섬선착장을 출발해 매일 2차례 순찰을 도는 등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어선들은 단속함정이 나타나면 배를 10여척씩 서로 묶어 속칭 ‘연환계’로 빠르게 도주한다. 선원들도 다른 선박으로 넘어가 달아나기 때문에 텅 빈 선박만 나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지검과 인천해경은 텅 빈 배를 나포하더라도 수사를 통해 간부 선원의 인적사항을 특정한 뒤 나중에 불법조업으로 단속되는 경우 재범으로 분류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다. 연평도의 경우 해경 특공대원들이 1.5㎞가량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잘못할 경우 북한수역으로 넘어갈 수 있어 위기감이 상존하고 있다. 불법 중국어선이 용접한 조타실을 열고 선장을 체포하는 일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해경의 강력한 단속에 불안을 느낀 중국어선들이 점차 흉포해지면서 서해5도는 ‘전쟁터’로 변해 있었다.
연평도=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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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르포] “불법조업 중국어선 때문에 꽃게 씨가 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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