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고, 법개정 필요성도 제기됐으며, 내수 위축을 비롯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국회가 제정한 법률 시행일이 임박해 시행령 제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식비엔 술값 포함, 단체 식사 땐 ‘n분의 1’=김영란법 시행령이 정한 공직자 등에 대한 음식물(식사 접대) 상한액 3만원은 주류나 음료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단체 식사를 했을 경우엔 전체 식사비를 참석 인원으로 나눠 3만원 초과 여부를 검사한다. 지난해 7월 권익위가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와 공청회 등에서 가장 ‘적정하다’고 결정된 금액이다. 현행 공직자 행동강령에서 규정한 금액과 동일하다.
선물의 경우 현재는 상한액이 설정돼 있지 않다. 사실상 수수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령은 5만원을 상한액으로 정했다. 이를 두고 한우, 굴비 등 농축수산업계나 화훼 업계 등 식사·선물용으로는 비교적 단가가 비싼 업계에서 항의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교사에 대한 촌지 등 과거의 악습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탓에 학부모 단체에선 더욱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등 논란에 시달렸다.
성 위원장은 “대국민 설문조사와 여러 차례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국민들의 뜻을 모아 결정한 금액”이라며 “한우를 비롯한 특정 업계를 고려해서 금액을 별도로 정하거나, 혹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선물 가격은 통상 거래 시가를 기준으로, 부가세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만약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파격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샀을 경우 구매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경조사비의 경우 일방적인 ‘뇌물’ 성격보다는 전통적으로 상호 부조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해 10만원으로 상한액을 올렸다. 또 축의·조의금을 내면서 조화나 화환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외부 강연료도 인상…“시장경제원리 존중”=공무원 등의 외부 강연 사례금도 인상되면서 가뜩이나 ‘누더기법’이 된 김영란법이 더욱 초라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행령은 장·차관급부터 5급 이하 공무원까지 모든 적용 대상의 강연 사례금 상한액을 인상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언론인·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시간당 100만원의 상한액이 설정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자율성, 외부 강연의 사례금 수준이 전문성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헌재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등의 결정이 내려질 경우엔 다시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다만 권익위는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시행령 제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권익위는 다음달 22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 동안 관계부처와 전문가, 이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추가 수렴할 예정이다. 이달 중 공청회도 열고 관련기관 협의도 진행해 오는 9월28일 시행전까지 시행령 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입법예고가 끝나면 7월 중 국무조정실에서 규제개혁 심사를 받은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금 시행령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각 계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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