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의 목소리는 최근 인터넷에 ‘대한민국 국군 전원에게 시몬스 침대를 보급해보자’는 제목의 글이 오르면서 확산됐습니다.
글쓴이는 63만 명의 군인 중 사병이 45만 명, 부사관 11만 명, 위관급 5만 명, 영관급 2만 명, 장성급 500명으로 구성된다면서 직접 사병용 병영생활관(내무반) 초현대화 사업에 얼마가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했습니다.
우선 침대입니다. 글쓴이는 ‘사병들에게 근무 후 꿀잠 자라고 시몬스 침대 슈퍼싱글 사이즈’를 전원 보급하면 얼마가 드는지 계산했는데요. 56만8010원짜리를 57만원으로 치고 45만개를 구입하면 2565억 원입니다.
TV는 삼성전자의 32인치 LED로 잡았습니다. 인터넷 검색 최저가가 28만원 정도이고 4인 1실로 따져 11만2500대를 보급하면 315억 원이 듭니다.
PC도 따져봤습니다. 두 명이 한 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하고 쉬는 날이나 시간에 온라인 게임이나 실컷 하라고 98만 원짜리 최신형 PC를 22만5000대를 사면 총 2205억 원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게임이 지겨워졌다면 주말에 플레이스테이션4로 비디오게임 하라고 사줍시다. 4인 1실 기준으로 플스4와 게임 타이틀 4종 세트 70만원어치를 구매한다고 치면 788억 원이 드는군요.
놀기만 합니까? 각자 남는 시간 열심히 공부하라고 사무용 책상과 책꽂이 29만 원짜리를 구입한다면 1305억 원입니다.
또 있습니다. 주말에 사병 전원이 모여 영화를 보라고 최신 음향과 3D 화면 영화관 시설을 마련해준다고 쳐보죠. 대략 시설비를 1억원으로 잡고 150인실 3000개를 3000억 원이면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여기까지 추산했지만 여기에 에어컨도 하나 추가해보겠습니다.
열대야 쾌면을 보장하고 제습기능과 스피드운전에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스마트에어컨의 최저가가 115만원 정도네요. 4인 1실로 따져 계산하면 1294억 원입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얼마일까요?
시몬스 침대(1인당) 2565억 원, 삼성 TV(4인당) 315억 원, PC(2인당) 2205억 원, 플스4 세트(4인당) 788억 원, 책상(1인당) 1305억 원, 영화관(150인당) 3000억 원, 에어컨(4인당) 1294억 원 등 총 1조1472억 원입니다.
그럼 국방부는 병영생활관 개선에 예산을 얼마 썼을까요?
통계청에 올라와 있는 국방부 병영생활관 개선사업 예산추이를 보면 국방부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총 6조6000억원의 나랏돈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건 지금까지 쓴 돈에 불과합니다. 다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병영생활관 개선을 위해 2조6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추가로 요구했다는군요.
국방부는 2003년부터 사병 1명당 2.3㎡이던 주거면적을 6.3㎡로 넓히는 한편 소대 규모(30~40명)의 장병들이 한꺼번에 잠을 자는 침상형 내무반을 장병 1인당 1침대가 설치된 내무반으로 바꾸겠다며 병영생활관 개선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애초 2012년 이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며 천문학적인 예산을 가져가 썼지만 사업 진행률은 70~80%에 그친 상태라고 합니다. 기재부도 대체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실태 파악을 요구한 상태라고 합니다.
사실 군납비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군은 1만원 정도에 불과하던 4기가바이트짜리 보조기억장치(USB)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개당 95만원에 660개를 사들여 뭇매를 맞은 적도 있습니다. 660만원이면 살 수 있는 걸 6억2700만원에 샀으니 그 작은 USB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6억원 넘는 혈세가 소리도 없이 사라진 셈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네티즌들은 매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국민들한테는 나라 지켜야하니 2년 희생하라고 하고 생활하는 곳을 개선하겠다며 타간 예산조차 제대로 쓰이지도 않았다니”라는 식의 댓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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