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웃는 소녀는 행복을 몰라… 북한의 민낯

Է:2016-04-26 18:30
:2016-04-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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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는 마음대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가장 살기 좋고 아름다운 나라라는데 정작 행복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조작과 세뇌로 점철된 모순 덩어리. 영화 ‘태양 아래’가 바라본 북한의 민낯이다.

태양 아래는 러시아 출신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북한 정부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8세 소녀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들어가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1년여 촬영기간 동안 담았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북한은 감독의 이력을 보고 촬영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내용은 철저히 통제했다. 시나리오를 주고 그대로 찍으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 만스키 감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였다. 그 모든 조작과 연출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만스키 감독은 26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모든 장면은 100% 북한 당국 통제 하에 찍었다”며 “이런 식의 촬영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촬영 전 북한은 “매일 촬영한 분량을 제출하고 검열에 통과하지 않은 부분은 폐기할 것”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북축 감시를 피해 따로 영상을 찍어야 했다. 비밀리에 촬영한 장면은 복사본을 만들어 숨겨 반출했다. 북측에는 70% 정도의 분량이 삭제된 녹화분을 제출했다.

만스키 감독은 “우리는 북한 당국에 발각될까봐 24시간 두려움에 떨었다”며 “몰래 촬영한 사실을 들키면 촬영분 빼앗길 뿐 아니라 저와 촬영팀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북한이 요구한대로 촬영했더라도 문제의식을 전달하는 데는 별 차이가 없지 않았겠냐는 지적에는 “그것만으로는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유럽,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그런 뉘앙스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더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거의 매 장면마다 북측 관계자가 끼어들어 ‘디렉팅’을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있는 그대로 하면 됩니다.’ ‘최대한 밝게 합시다.’ ‘더 크게 좀 웃어요.’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몇 번이고 재촬영한다. 사람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지시를 따른다.

이렇게 진행된 촬영 중 북측 관계자 없이 찍은 딱 한 장면이 있다. 극 막바지 진미가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신. ‘좋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제작진 요청에 진미는 ‘잘 모른다’며 말을 잇지 못한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보며 깊은 슬픔과 연민, 아픔 외에는 느낄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이 영화를 통해 북한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싶었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지금도 반인륜적인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그게 이 영화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만스키 감독은 특히 한국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태양 아래는 한민족의 재앙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인들이 영화를 본 뒤 같은 감정을 느끼고 함께 안타까워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형 영화와 맞붙어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의 수많은 영화관들이 상영시간을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배치하는 식으로 이 중요한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상업성만을 따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태양 아래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같은 날인 오는 27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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