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25일은 월급날입니다. 하지만 쥐꼬리만한 월급이 통장에 찍히자마자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는 탓에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4월은 특히 더 그렇죠. 가정의 달이라는 명목 아래에 돈 쓸 곳이 많아졌으니 말입니다. 월급날이 오기 전부터 자동이체보다 먼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사이버머니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5월이 ‘잔인한 지출의 달’이 된 건 3일 때문입니다. 5월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5월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이 지출의 날로 꼽히죠. 3일간 30~50만원의 지출은 예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목요일이어서 금요일 연차를 내면 나흘간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좋을 수 있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괴롭습니다.
어른들을 모시고 가족여행이라도 계획한다면 적어도 50만원 이상의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비용은 커집니다. 상여금이라도 나오면 그나마 숨통이 트이겠지만 그런 곳은 많지 않습니다. 아니 전무하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1박2일의 놀이시설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한다고 가정하면 입장료만 10만원 가량이 소요됩니다. 어른의 경우 각종 할인혜택을 받아도 2~3만원 사이의 티켓을 구매해야 하고 아이와 노인들의 경우 우대 가격으로 구입해도 1~2만원은 지불해야 합니다. 3인 가족에 부모님 2분을 포함하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5만원 가량 드는 셈이죠. 여기에 숙박비와 외식비까지 더하면 하룻밤에 수십만원 지출은 우습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을 다 지나갔어도 고비는 또 있습니다. 16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까지 챙기자니 부담스럽고 안 챙기자니 민망한 기념일들이 빼곡하죠. 거기에 계절의 여왕답게 주말마다 이어지는 경조사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가계는 핵폭탄을 맞는 수준입니다. 자칫 잘못했다간 5월 달에 쓴 카드값을 할부금처럼 몇 달에 걸쳐 갚아야 합니다. 이처럼 월급은 빤한데 지출은 급증하니 5월은 자연스레 가정의 달이 아닌 잔인한 달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이트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중 75%가 월급고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급을 다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일 정도였으며 월급을 다 써버린 후 다음 월급날까지 지출하는 금액은 평균 41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평달에 41만원이 부족한데 가정의 달을 맞아 추가 비용까지 지출하면 100만원 안팎의 빚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맘카페에는 5월 가정의 달 선물 대체 비법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문자 한통, 손 편지, 아이들과 추억 만들기 등으로 기념일 선물을 대체하자는 의견도 있고, DIY선물로 비용을 줄여보자는 정보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직접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죠. 각종 설문조사 결과 부모님이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현금’이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 또한 고가의 ‘장난감’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기념일엔 지출을 통해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념일이 점점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최악의 불경기로 올해는 기념일 챙기기가 더 힘들다는 목소리도 온라인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이렇게 보낼 순 없습니다. 지난해 마트나 백화점에서 구입한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면 올해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합니다. 물론 처음엔 볼멘소리가 나오겠죠. 하지만 가계 운영을 책임져야 하는 맘들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무료 이벤트를 즐기고 무료 시설들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가성비 높은 제품(가격대비 성능) 정보를 맘들끼리 공유해야합니다. 4월달 과연 우리 맘들은 빵꾸난 가계부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남편도 내편이 아닌 세상에 [맘편 뉴스]가 맘들 편에서 응원하겠습니다.
◇맘(Mom)편 뉴스는 엄마의 Mom과 마음의 ‘맘’의 의미를 담은 연재 코너입니다. 맘들의 편에선 공감 뉴스를 표방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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