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볼티모어 폭동 1년… 불타고 약탈당한 가게 지키는 한인들

Է:2016-04-19 15:08
:2016-04-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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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유리와 철제 잠금장치가 설치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인 가게.

술과 담배를 사기 위해 흑인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상가의 한국인 주인은 방탄유리 사이로 물건을 내주고 돈을 받았다. 비좁은 상가의 안쪽은 쇠창살로 된 안전장치를 열어야 들어갈 수 있다. 음료수가 든 냉장고 문짝은 검정색 테이프가 지탱한다. 볼티모어 폭동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흔이 뚜렷했다.

 미국 메릴랜드의 최대 도시 볼티모어가 폭동 1주년을 맞은 18일(현지시간)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경찰차가 배치돼 경계를 강화했다.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당시 25세)의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경찰관 6명에 대한 재판이 중단된 지 6개월만인 다음달 10일 재개되면서 흑인들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폭동 당시 약탈과 방화로 문을 닫은 뒤 1년 넘게 방치된 한인 가게


 특히 볼티모어 흑인 사회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인 상인들은 1년 전 약탈과 방화로 도시가 마비된 혼란이 재연될까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볼티모어 구도심에서 20년째 자영업을 하고 있는 제니퍼 윤씨의 남편과 딸은 폭동 당시 가게 안으로 몸을 피했으나 문설주를 무너뜨리고 난입한 흑인들에 두들겨 맞아 입원했다. 윤씨가 사흘 뒤 가게를 찾았을 때는 물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윤씨는 “흑인들이 가게에 불을 지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없어진 물건만 27만달러(약 3억원) 어치에 달했지만 보상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후 가게 안과 바깥에 방탄유리와 철제 잠금장치를 설치했다.

송기봉 메릴랜드 식품주류협회 회장이 18일(현지시간) 문을 닫은 한인 가게를 살펴보고 있다. 입구는 나무합판으로 가렸고, 후문의 자물쇠는 부서졌다. 오른쪽 사진은 한인이 운영하는 가게 출입문 방탄유리에 남은 총알 자국.


 윤씨 가게로부터 30미터 떨어진 곳의 또 다른 한인 상가는 폭동 당시 방화로 내부가 전소되면서 문을 닫았다. 입구는 나무합판으로 가려져 있었고, 철제 뒷문 외벽은 아직도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건물이 아예 붕괴되거나 철저히 파괴된 곳도 있었다. 그 자리에는 가건물이 들어서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메릴랜드 식품주류협회(KAGRO)에 따르면 당시 폭동으로 약탈과 방화 피해를 입은 한인 상가는 128개에 달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피해보상이 이뤄진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볼티모어 시 당국은 보상의 조건으로 업종전환을 요구했고, 보험사들은 피해산정을 미뤘다. 복구는 모두 상인들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대부분의 업소는 문을 다시 열었지만, 일부는 영업을 재개하지 못했다. 송기봉 메릴랜드 KAGRO 회장은 “대부분의 한인 업소들이 영세하고 지원 인력도 부족해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을 재개한 곳도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폭동 전에 비하면 매출이 3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 폭동은 지난해 4월 18일 프레디의 부당 대우를 항의하는 흑인 수백명이 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다음날 프레디가 숨지자 흑인들의 분노가 약탈과 방화, 폭동으로 이어지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주 방위군이 출동했다. 건물 60채와 차량 150여대가 불에 탔고, 시위진압과정에서 경찰관 113명이 다쳤고 250여명이 체포됐다.

볼티모어(메릴랜드)=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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