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주역 맡은 조연 전문 배우 손진환

Է:2016-04-13 07:39
:2016-04-1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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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숙 연출, 예술의전당 제작의 화제작에서 연기 인생 28년만에 주역 맡아 눈길

[인터뷰]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주역 맡은 조연 전문 배우 손진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주역인 윌리 로먼 역을 맡은 배우 손진환. 예술의전당 제공
손진환(50)은 28년차 연극배우다. 연극계 관계자라면 그의 이름이나 얼굴 정도는 알지만 일반 관객에겐 그저 무명배우일 뿐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연출가 한태숙 연출로 제작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4월 14일~5월 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 주인공인 윌리 로먼 역으로 스타 배우 대신 인지도 낮은 조연 전문배우인 그를 캐스팅 한 것은 상당한 파격임에 틀림없다.

지난 8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6월쯤 로먼 역의 캐스팅 전화를 받은 뒤 1~2개월 정도는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큰 작품에서 주역을 맡는 것은 처음이라 연습에 들어가기 전부터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여전히 부담이 크지만 한태숙 선생님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1987년 극단 가교의 워크숍 1기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뮤지컬 ‘가스펠’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후 연기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포스터를 붙이는 일부터 시작한 그는 1989년 2월 샤르트르의 ‘무덤 없는 주검’ 가운데 헌병2로 정식 데뷔했다. 그는 “워낙 소심한 성격과 평범한 외모라 고교 시절엔 차마 배우의 꿈을 꾸지 못했다. 그저 맛뵈기로 3년 정도 해보려고 했는데, 재밌어서 빠져들다 보니 이후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프로 배우로서 여기까지 왔다”면서 “대학로의 수많은 배우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데, 나는 운 좋게도 여전히 살아남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나를 캐스팅하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다시 버틸 힘을 얻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극단 가교를 시작으로 그는 극단 신시와 극단 골목길 등에서 배우로서 경력을 쌓았다. 한태숙과는 2005년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리처드 3세’에서 충성을 바치다 죽임을 당하는 헤이스팅스 역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예술의전당의 또다른 연극 ‘보이첵’으로부터도 캐스팅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리처드 3세’를 택했다. 그는 “리처드 3세는 선배인 윤석환 형이, ‘보이첵’은 후배인 박지일이 타이틀롤을 맡았었다. 그때 지일이가 한태숙 선생님과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면서 “연극을 만들어가는 한 선생님의 방식이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것과 달라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인물의 내면에 깊이 천착해가는 한 선생님의 방식에 점점 익숙해졌고, 이번이 벌써 5번째다”고 말했다.

1949년 초연된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의 대표작이다. 1930년대 대공황을 배경으로 세일즈맨 윌리 로먼의 삶을 통해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로먼 역은 중견 남자배우들이 가장 희망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태숙은 이번에 그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극중 나이가 60살인 로먼을 나이든 배우가 연기하면 자칫 지친 모습만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로먼이 현실과 과거,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신 분열까지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에너지가 만만치 않게 필요하기 때문에 좀더 젊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면서 “손진환 씨의 경우 묵직한 에너지가 있는데다 오랫동안 삶의 주인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로먼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진환은 이번에 로먼의 나이든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정수리 근처까지 머리를 미는 등 ‘세일즈맨의 죽음’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는 “배우로서 전환점이 되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비장하게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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