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보다 서러운 ‘4등’… 맞을 짓은 아니잖아요 [리뷰]

Է:2016-04-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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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에 올랐다’보다는 ‘4등에 그쳤다’는 표현이 익숙하다. 스포츠 대회의 경우에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고 소개된다. 수많은 참가자 중 무려 네 번째로 잘했는데 실패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다.

곱씹으니 거참 억울하다. 4등이 뭐 어때서! 영화는 날카로운 일침을 날린다.

주인공인 열두 살 소년 준호(유재상)는 수영하는 게 너무 좋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 만년 4등이다. 1등에 목을 매는 엄마(이항나)가 성화를 하지만 3등 문턱 넘기조차 쉽지 않다.

보다 못한 엄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냈다. 실력 좋다는 코치를 수소문해 적임자를 찾았다. 촉망 받던 전직 수영천재 광수(박해준)에게 준호 훈련을 맡겼다. 오매불망 기록 향상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날이 갈수록 아이 몸 곳곳에 멍 자국이 생긴다. 광수가 선수 성적을 올리는 비법이 바로 체벌이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광수가 선수 생활을 접은 직접적 원인이 코치(유재명)의 폭력이었다. 광수는 국가대표 선수 시절 경쟁자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노름에 빠져 훈련에 무단이탈하는 등 자기관리가 엉망이었다. 코치는 이를 매질로 꾸짖었고, 참지 못한 광수는 결국 수영을 그만뒀다.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제자를 다스리는 광수의 모습은 진한 씁쓸함을 안긴다. 이 와중에 “난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하는 엄마의 얼굴에선 어떤 광기마저 느껴진다. 준호는 그저 수영이 좋을 뿐인데, 어른들은 무조건 1등이 되라고 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순수한 열정이 우리 현실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하다.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낸 배우들의 공이 크다. 특히 준호 역을 맡은 아역 유재상이 눈에 띈다. 감정 연기는 물론 어려운 수중신까지 직접 소화했다. 이항나·박해준의 탄탄한 연기력도 빛난다. tvN ‘응답하라 1988’로 친근해진 최무성(준호 아빠 역)과 유재명의 무게감 역시 상당하다.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인권영화 프로젝트 12번째 작품이다. ‘해피 엔드’(1999) ‘모던 보이’(2008) ‘은교’(2012)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가 사회에 던진 화두는 간명하다. ‘스포츠 인권, 이대로 괜찮은가.’

정지우 감독은 “아이와 부모, 학생과 코치가 함께 와서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며 “자신이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맞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남긴 말이 여운을 남긴다.

“세상에 맞을 짓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116분짜리 영화가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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