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반문(反文) 정서’로 인한 ‘총선 전패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호남에서는 더민주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다른 선거에서도 연달아 졌지만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또 문 전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는 바람에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했다는 ‘야권분열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대선불출마 조건으로 내건 ‘호남의 지지’가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 있는 약속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文“호남에 고립감 안겨드렸다”…“과오 짊어지겠다”=문 전 대표는 8일 광주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 사거리에서 “그간의 부족함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광주시민 여러분 죄송하다”고 했다. 142일 만에 방문한 광주에서 호남민심에 고개 숙인 것이다. 그는 “호남 분들의 전폭적 지지를 밑거름 삼았던 제가, 여러분에게 한 번도 제대로 승리의 기쁨을 돌려드리지 못했다. 호남에 고립감과 상실감만 안겨드렸다”며 “직접 질타를 듣기 위해서 안 된다는 당을 설득해 이제야 왔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이 호남을 차별했다는 건 오해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소리높였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깊어진 감정의 골이 자리 잡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006년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로 구성된 노무현정부를 ‘부산정권’이라 표현해 논란이 됐었다. 친노의 좌장이라 불리는 이해찬 의원도 총리시절 경제성을 이유로 호남에 고속철도를 조기 건설할 수 없다고 말해 호남민심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당내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는데 반대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그가 호남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 선거유세만 챙기는 것도 호남 민심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도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남의 신임을 얻어야하는 만큼 총선 정국에서 호남만 빼놓고 선거유세를 하는 건 부담이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 기준을 뭐라고 해놓은 건 없다”면서도 “지난번에 말한 새누리당 과반 저지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만으로도 안 되고 ‘친노’만으로도 안 돼“=문 전 대표는 광주시민에게 더민주 지지를 호소하며 호남과 민주화세력이 함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이 다시 굳건하게 손을 잡을 때만이,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호남만으로도 안 되고 이른바 ‘친노’만으로도 안 된다”고 했다. 호남 입장에서도 정권교체의 파트너로 국민의당보다 친노를 위시한 민주화세력이 더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더민주가) 호남 바깥에서는 잘해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을 이간하여, 호남을 다시 고립화시키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호남에서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국민의당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이 끝난 뒤 사실상 대선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도 새롭게 선출된다”며 “저는 앞으로 당권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친노가 당권을 잡는데 거부감을 느끼는 광주시민을 설득하는 동시에 자연스레 대권에 집중하겠단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국립 광주5·18민주묘지를 방문한 문 전 대표는 검정 양복에 새까만 구두를 신고 추모탑 앞에서 무릎 꿇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방명록에 “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적어 총선 승리를 다짐하기도 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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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142일만의 광주 방문…“질책 달게 받겠다” 호남민심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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