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불법 구금됐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풀려난 피해자들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나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영장 없이 불법 체포당한 뒤 60일~141일간 구치소에 수감돼 고문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한 시기가 늦었다는 이유로 이처럼 판단했다.
유신헌법에도 위배됐던 대통령의 탄압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등 민청학련 피해자 29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1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국가정보원 산하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과거사위원회)는 민청학련 사건을 “순수한 반정부 시위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산주의자 배후조종을 받은 인민혁명 시도로 왜곡한 학생운동 탄압사건”으로 규정한 바 있다. 1000여명이 영장 없이 체포·구금돼 7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수십명이 무기징역 및 장기형에 처해졌다. 정 전 장관은 약 60일을 불법 구금돼 있었다.
대법원이 2010년 12월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이라 판결하자 29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 구금 사태 종료 뒤 소송 제기까지 37년여가 걸린 것을 두고 과연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장애사유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일 5년이 경과하면 시효가 소멸되지만, 동시에 채권자가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37년 걸린 권리찾기… 1심 “늦을 이유 없다” 2심 “늦을 이유 있다”
1심과 2심은 이 쟁점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피해자 29명에게 국가의 손해배상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 장애 사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과거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처벌받은 경력을 숨기거나 부끄러워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점, 소송을 제기한 29명은 기소유예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 석방된 것이므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다른 민청학련 피해자들처럼 재심절차를 통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2심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이 긴급조치 제1호에 대한 위헌 판결을 선고했던 2010년 12월 16일 전까지는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타당하다는 결론이었다. 유죄와 재심 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단기간 내에 불법행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사정이 참고됐다.
또 엇갈린 판단
대법원은 이러한 2심 결과를 다시 뒤집었다. 국가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전제였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심절차를 통해서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시 1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소 제기까지 37년이나 걸린 상황에서 2심이 드는 사유만으로는 결국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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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 '민청학련' 피해자 29명, 배상금 길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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