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을 울면서 먹게 됐다”… 교촌 치킨 공모전 사건
지난해 12월 교촌치킨이 벌인 웹툰 공모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교촌치킨은 12월 한 달 간 치킨과 관련한 8컷짜리 웹툰을 접수받았는데요. 1등 1팀에게는 100만원을, 2등 3팀에게는 각각 상금 50만원을 시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든 참가자들에게 교촌치킨 교환권을 주겠다고 했죠.
치킨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은 저마다의 ‘병맛 웹툰’을 출품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단팥빵에 질린 도라에몽이 교촌치킨의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웹툰이나 엄마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병아리가 기름에 지글지글 튀겨질 운명에 불과하다고 깨닫는 웹툰 등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의 웹툰이 올라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 “아재개그의 끝”… 유안타증권 美칠인생 공모전 사건
유안타증권이 3월25일부터 6월1일까지 벌이는 ‘美칠인생' 영상 공모전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공모전은 인생에서 가장 처절했던 첫사랑이나 황홀했던 여행, 터닝 포인트가 된 결혼 등 자신의 인생 투자 스토리를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네티즌들은 공모전 대상작 출품자에게 BMW 520D가 제공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 최우수상은 500만원, 우수상 300만원, 장려상 100만원 등을 받는다는군요. 유안타증권은 응모작 중 유튜브 조회수로 탑 10을 선정해 결승전을 벌이겠다고 합니다. 100만건은 돼야 결승전에 진출할 자격을 갖게 된다는군요.
유튜브에서는 ‘투자’를 두 개(two)의 잣대로 해석해 자 두 개를 던지는 식의 내용을 담은 황당한 UCC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이게 뭐라고 웃기냐”며 호응을 보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모전 취지와는 동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 인터넷 황당 이벤트의 시작, 파맛 첵스 사건
공모전이나 인터넷 이벤트가 황당하게 진행된 것은 요즘의 일만은 아닙니다. 2004년 12월 아직 인터넷 문화가 꽃 피우기 전에 농심 켈로그는 초코맛 첵스 시리얼 홍보를 위해 인터넷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벤트는 초코맛 체키와 파맛 차카 중 누가 초코나라 대통령으로 적합한지 인터넷 투표로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농심은 체키의 승리를 예상하고 승리자의 첵스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네티즌들은 이런 뻔한 인터넷 투표를 두고 볼 수 없다며 파맛 차카에 몰표를 던졌습니다. 장난처럼 시작된 네티즌 투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농심은 급기야 정보보안 업체까지 동원했고, 결국 체키가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정말 파맛 나는 초코 시리얼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나무위키는 파맛 첵스 사건에 대해 ‘기업의 의도가 네티즌들의 장난으로 엉뚱한 방향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길이 남게 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정의했습니다.
□ ‘니가 가라 하와이’, 유머와 엽기의 아슬아슬 줄타기
자, 다시 ‘니가 가라 하와이’ 사건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승만 시 공모전을 주최한 자유경제원은 문제의 작품 ‘To the Promised Land’와 ‘우남찬가’ 등을 낸 사람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자유경제원 관계자는 전날 “문제의 작품을 쓴 사람들이 행사의 취지를 망치고 자유경제원은 물론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면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출품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자유경제원이 출품작을 심사하면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잘못이 더 큰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습니다.
엉뚱한 작품을 내 상을 받은 사람들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엽기와 유머, 조롱 등이 환대받는 인터넷 문화가 어느 정도 타격을 받게 되겠죠. 그러니 니가 가라 하와이와 우남천국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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