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얌체이용자 일제단속”‥혹시 나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보험료 과다 인상 요인을 일제점검하겠습니다.”

금융감독원 서태종 수석부원장은 2단계 금융관행 개혁 20대 과제를 발표하던 28일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향해 경고장을 보냈다. 보험업계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실손보험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하면서 특히 보험료 인상의 원인인 보험금 허위청구와 과잉진료를 단속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달 초 보험사기 특별법이 제정된데 이어 금감원의 일제점검 방침까지 나오면서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혹시 나도 모르게 단속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평소 병원을 자주 찾는 40대 직장인 K씨는 “의사들이 권하는 도수치료 등을 받으면 진료비가 많이 나와 실손보험을 빠트리지 않고 청구하는 편인데 혹시 보험사에서 과잉진료로 의심 받는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사가 단속 대상이 되면 가입자에게도 영향이 있는 거냐”고 궁금해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약 과잉진료로 판정을 받더라도 환자인 가입자는 의사와 공모한 사실이 없는 한 안심해도 된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29일 “명백한 혐의 사실도 없는데 가입자의 책임까지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장 과잉진료 사례를 찾아내는 것보다는 비급여 보상 기준을 확립하는 등 제도적인 정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싼 비급여 치료를 찾아다니는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실손보험의 직접적인 인상 요인이 되고 있어 대책은 시급한 상황이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탈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고, 병원에서도 환자들에게 보험 가입 여부부터 물어보고 치료 방법을 달리하는 실정”이라며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닌 미용이나 건강관리 차원의 시술을 치료용으로 둔갑시키거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입원 기간을 늘리거나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환자에게 권하는 경우다. 실제로 실손보험으로 피부관리나 미용 수술까지 받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 1월 금감원은 피부마사지, 미백주사 등 미용 관리 시술을 하고도 질병이나 상해사고로 인한 도수치료 등을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한 서울의 한 의원을 적발했다. 진단병명을 멋대로 바꿔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거나, 일부러 입원을 시켜 불필요한 치료를 한 병원도 있었다. 환자가 보험사기 브로커와 공모해 보험금을 타낸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기와 달리 실손의료보험 관련 사건은 액수가 크지 않고 실제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가입자들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보험사들도 의사의 권유 대로 진료를 받은 가입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고, 의사가 치료 목적의 진료였다고 하면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올해도 실손보험료를 20~30%씩 올렸다. 과잉진료의 허점을 이용하는 일부 의료진과 가입자들 때문에 3000만명이 넘는다는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지급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과잉진료만 근절한다면 실손보험료는 상당부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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