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문재인 급거 상경 “김종인 비례대표 2번 자격 충분”

침묵을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급거 상경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회동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총선 이후 역할론과 비례대표 상위 순번 배정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경남 창원시청에서의 기자회견 직후 항공편으로 올라와 서울 종로구 김 대표 자택으로 찾아가 사퇴 의사까지 밝혔던 김 대표를 만류했다. 회동 후 그는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정권교체라는 일념 하나로 우리 당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마치 사심에 의해 (비례대표 배정을) 결정한 것처럼 매도당했다”며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분으로서 마음에 상처도 받고, 자존심도 상한 것 같다. 우리 당에서 서운하게 해 드린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에게) ‘화룡점정을 해주셔야 한다’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이끌면서 야권 총선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또 “(김 대표가) 그런(사퇴)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욕심 없이 당 살리는 일만 해왔는데, 그것이 마치 노욕인 것처럼 모욕당한다면 내가 이 당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김 대표의 비례대표 상위순번 배정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김 대표께 대접과 예우를 해야 마땅하다. 경제민주화란 화두로 총선을 치르는데 간판 역할을 해야 하고, 총선 이후 다음 대선 때까지 그런 역할을 계속해 주셔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앞서 창원시청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제가 대표를 하고 있었더라도 김 대표를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모셨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가 또 한 번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논란이 한창일 때 침묵하다가 파국 국면으로 치닫게 되고서야 나섰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21일 진행된 중앙위원회에도 참석치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늦어도 한참 늦었다”며 “정말 저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논란이 시작되자마자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꼬집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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