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제물포고 무감독시험 60년 문화재 등록 가능할까

인천 제물포고등학교의 무감독시험이 국내 최초로 문화재 등록을 추진한다.

제물포고 총동창회는 9일 무감독 시험제도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문 출신 교수 4명이 무감독 시험 60년의 성과와 의미를 따져본 연구 용역까지 실시했다고 밝혔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아직 시험제도가 문화재로 등록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국내 최초·최장 무감독 시험으로 가치가 큰 만큼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기초조사를 거쳐 심의를 통해 시지정 및 국가지정 문화재 지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선례가 없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공식 접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물포고 무감독 시험은 현재 국내 10여개 중·고교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학교 3만7000여 동문이 경험한 무감독시험은 1954년 개교 당시 초대 교장을 맡은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고 길영희 선생(1900-1984)에 의해 시작됐다. 1956년 1학기 중간고사가 처음 무감독 아래 치러졌진 결과 당시 전교생 569명 가운데 53명이 60점 이하를 받아 낙제했다.

길영희 교장은 전교생이 지켜보는 앞에서 낙제생들에게 “제군들이야말로 믿음직한 한국의 학도”라고 오히려 칭찬한 뒤 “다음에 더 열심히 노력해 진급하라”고 격려했다.

다음 학기에 이들은 모두 시험을 통과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무감독 시험은 대학 입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내신 성적의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존폐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 교사, 동문 설문조사를 통해 제도의 우월성이 인정돼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계속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동문들은 “한 반에 한 줄은 1학년, 한 줄은 2학년을 배치해 컨닝을 할 수 없었다”며 “교사는 시험지만 주고 나가고, 종료 5분전에 들어와 손을 머리위해 올리라고 하고 벨이 울리면 시험지를 걷어갔다”고 회고했다.

동문들은 또 “수학교사였던 나근형 전 인천시교육감은 주관식 시험문제 5개를 내주고 시험을 보게 해 한반 60여명 중 15~20명은 빵점을 받았다”며 “답이 틀렸더라도 시험을 푸는 과정을 보고 점수를 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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