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만의 잔치' 아카데미, 이번엔 아시아계 비하 물의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이번에는 아시아계를 비하하는 농담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 사회를 맡은 미국의 흑인 코미디 배우 크리스 록은 매년 오스카 투표를 관장하는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직원들을 소개하는 차례에 무대에 오른 아시아계 어린이 3명을 향해 “미래에 훌륭한 회계사들이 될 세 분을 소개합니다” 라고 말했다.

아시아계는 수학에 뛰어난 부지런한 노동자라는 미국인들의 고정관념을 상기시킨 코멘트였다.

록은 이어 “그들이 우리에게 가장 헌신적이며 정확하고 근면한 (직원)대표들을 보냈다”면서 “내 농담이 불쾌하다면 스마트폰을 통해 트윗을 올리세요. 물론 스마트폰은 모두 이 어린이들이 만든 것이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에서 자행되고 있는 아동노동 착취를 떠올리게 하는 부적절한 언급이었다.

더욱이 코미디언 사샤 배런 코언은 랩 스타로 변장해 “노랗고 거시기가 정말 작은 그 사람들(little yellow people)을 위한 오스카는 왜 없지”라면서 “지금 미니언(만화캐릭터) 말하는 건대”라며 아시아계를 비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록은 앞서 아카데미가 백인들의 잔치로 비난받고 있는데 대해서는 “내가 만약 사회자가 아닌 후보였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겠지요”라는 등 여러 차례 뼈있는 농담을 던져 인종차별 문제에 이중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중국계 여배우 콘스탄스 우는 트위터에 “어린아이들을 대사 한마디 할 기회도 주지않고 무대 위에서 퍼레이드를 시키며 인종주의적 농담의 대상으로 만들다니 역겹다”는 글을 올렸다.

성격파 흑인배우 제프리 라이트도 “농담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배우 이병헌이 이날 시상자로 무대에 서기도 했지만, 록과 코언의 언동은 미 영화계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흑백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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