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당신은 아저씨인가요?”

아저씨나 아줌마의 기준은 뭘까요? 나이, 기혼여부, 외모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아저씨, 아줌마들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교적 그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기혼자는 무조건 아줌마·아저씨로 불렸으니까요. 나이도 이를 구분 짓는데 한 몫 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확실한 나이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통령이 걱정할 정도로 만혼현상이 심각한데다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두지 않는 딩크족이나 결혼과 출산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신캥거루족, 결혼 후에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외모에 신경 쓰는 미시족·꽃중년 등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다 보니 단순히 결혼이나 나이로 아저씨·아줌마 여부를 구분 지을 순 없습니다.

때문에 인터넷 곳곳에는 이들을 판별하는 기준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고 있는 건 바로 한글 프로그램의 저장하기로 식별하는 겁니다.

지난 15일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에는 ‘아저씨 판별’이라는 제목의 이미지가 게시됐습니다. 이미지는 한글 프로그램을 캡처 한 것으로 좌측 상단에 있는 저장버튼을 빨간색으로 동그라미 쳤죠. 이미지 아래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저장하기의 아이콘이 왜 저 모양인지 모른다고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한글 프로그램에 저장하기 버튼은 3.5인치 플로피디스크로 표현돼 있습니다. 이는 USB와 비슷한 외부저장장치로 1990년대까지 널리 쓰였죠. 규격은 8인치에서 5.25인치, 3.5인치까지 축소되면서 발전했습니다.

1981년 IBMPC와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던 3.5인치 플로피디스크는 출시 당시 작은 크기, 단단한 케이스, 파격적인 용량 등으로 문화적 충격이자 혁신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존에 유연했던 디스크로 쉽게 손상돼 작업했던 파일을 자주 잃어버렸던 사람들은 3.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극찬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CD와 DVD, USB 등 외부 저장매체가 잇따라 등장하자 플로피디스크는 레코드판처럼 우리 눈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출시 30년 만인 2011년 3월 공식 퇴장을 선언하면서 추억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글 프로그램의 저장버튼은 여전히 플로피디스크 모양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그만큼 보편타당한 이미지라는 겁니다. 때문에 이를 써보기는커녕 실물조차 보지 못한 요즘 아이들은 저장하기 버튼의 정체를 알지 못합니다. 그저 컴퓨터 교육을 받을 때 저장하기 버튼이라고 배워 인식하고 있을 뿐이죠. 반대로 이 모양이 플로피디스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저씨라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런 논리는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삽시간에 수십건의 댓글이 달리고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죠. 비슷한 맥락의 게시물도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아저씨의 인터넷 용어인 아재라는 표현을 써서 ‘아재들의 저장장치’라는 제목으로는 프로피디스크 사진이 게시되기도 했고 ‘아재들의 놀이’이라는 제목으로 DOS게임이라고 적힌 플로피디스크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를 본 자칭 아재들은 플로피디스크에 얽힌 추억들을 꺼내놓으며 자신이 아재임을 인증했고 반대로 아재를 부정한 이들은 플로피디스크를 알지 못한다며 발뺌하기도 했죠. 젊은이들은 저장하기 버튼의 정체를 이제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고 7080세대들은 자신의 유년시절 추억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사진 한 장에 많은 네티즌들이 소통하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추억은 공감을 넘어 소통의 물꼬까지 트는 분위긴데요. 그런 점에서 추억의 힘의 참으로 대단한 듯 합니다. 이번 기회에 추억과 함께 자신이 아재인지 한번 확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은 아재신가요?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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