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대구 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선(善)을 이루는 모든 것들'

2016년 리우 올림픽 축구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진출권이 걸려있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이 지난 수요일 새벽 1시에 있었다. 젊었을 때 같으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응원했을 텐데, 다음 날 새벽 기도회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뉴스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3대 1로 이겼다고 나온다. 이로써 세계 최초로 8연속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고 하니, 정말 우리나라 축구 실력이 많이 는 것 같다.

축구 문외한인 내 생각에 우리나라 축구가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것은 2002년 월드컵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거금을 들여 한·일 공동주최 제17회 월드컵을 유치했고, 또한 거금을 들여 축구의 명장 히딩크 감독을 선임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축구는 몇 단계 한꺼번에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고, 수많은 축구 인재들이 나오게 된 것도 그냥 어쩌다보니까 나온 것이 아니다. 월드컵의 개최와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의 영입이 우리나라 축구발전에 미친 효과는 정말 지대하다.

다음날 텔레비전에서 3대 1로 이긴 카타르와의 경기를 재방송해주는 것을 보았다. 후반전 몇 분이 지난 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이미 한국이 1대 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부터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카타르 선수들도 실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어느새 1대 1로 만들더니 바로 뒤이어 한국의 골문을 위협하는 두 차례의 공격이 있었다. 만일 이것을 생방송으로 보았다면 정말 간담이 서늘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여유로웠다. 아무리 그들의 공격이 매섭더라도 결코 골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아, 이 팀의 실력도 꽤 좋네” 정도만 말할 뿐이었다. 이미 나는 결과를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만일 우리들이 인생의 결과도 미리 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좀 더 여유로울 것이고, 마음을 졸이지 않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요셉은 정말 충격적인 일을 겪은 사람이다. 형제들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고 결국 미디안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렸다. 가족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자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을까? 이집트의 장관 보디발의 집에서 미래에 대한 아무런 소망도 없이 노예로 삶을 살아야 했었다. 나중에는 안주인 마님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가장 밑바닥의 인생으로 떨어진 요셉에게 무슨 소망이 있었을까? 하지만 나중에 그는 이집트의 총리가 됐고 나중에 자신을 노예로 팔아버렸던 형들에게 이런 고백을 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세기 45장 5절)

형들의 악한 마음도 결국 야곱의 가정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었다는 고백이다. 그렇다. 이 세상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고 악이 이 세상을 다스리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야 만다는 것이 믿음의 고백이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장 28절) 우리의 삶은 이렇게 살다가 망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하신다면, 그 누가 우리를 대적할 수 있겠는가?(로마서 8장31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로마서 8장 38·39절)는 것이 성도들의 확신이다.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될 것이고, 악을 행하는 자들이 있어도 결국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선한 결과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모든 것이 다 선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되는 것인데 그렇게 선을 이루게 만드는 것 속에는 악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요셉을 총리로 만들고 야곱의 가정을 기근 속에서 구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 형제들의 악한 마음과 행동이 있었다. 또한 보디발의 아내의 악한 마음과 행동도 있었다. 욥이 믿음이 단련돼 정금과 같은 믿음으로 얻게 되는 과정 속에는 자신의 자녀들과 전 재산을 모두 잃게 되는 슬픔도 있었고, 자신의 육체가 심한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일도 있었고, 욥의 친구들이 와서 그의 마음을 괴롭히게 하는 일도 있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온 인류를 구원하는 일에는 가룟 유다의 배반이 있었고, 이스라엘 민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일도 있었고, 대제사장과 빌라도 총독의 사악한 판결도 있었다.

언젠가 어떤 도둑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보안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건 한편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 도둑 때문에 방범 방법을 또 찾게 되고 또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도둑이 보안능력 향상의 공로로 표창을 받을 수는 없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자는 자기에 대하여 기록된 대로 가거니와 인자를 파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으리로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마태복음 26장 24절)

악인이든 선인이든 결국 하나님의 손에 들려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사용될 것이다.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쓰임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잠언 16장 4절) 하지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용돼야 할까? 가룟 유다처럼 사용돼서 인류의 구원을 이루는데 사용되어야 할까? 아니면 예수님의 죽음을 미리 준비한 마리아처럼 사용돼야 할까? 선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은 나의 선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건 내가 악해도 선한 결과가 나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이것이 오늘 내가 드리는 기도다.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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