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똥고집 부리나” 친박 “물건 팔 생각 안하는 장사꾼” 직격탄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공천 샅바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이하 공관위) 위원장 인선을 놓고 계파간 충돌이 표면화한 와중에 경선에서 휴대전화 안심번호 채택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다시 충돌했다.

특히 28일 최고위원회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을 필두로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을 맹비난했던 친박계는 급기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까지 거론하면서 일촉즉발의 기류가 감돌았다.

29일 오후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친박계가 김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김태흠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재영입을 통해 훌륭한 사람들을 모셔와야 하는데 (김 대표가) 저렇게 똥고집을 부리는데 누가 추천할 수 있겠느냐"면서 "물건을 판다고 하면서 팔 생각을 안하는 장사꾼하고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당 일각의 비대위 체제 전환 주장에 대해 "당 대표로서 당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이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면서 "너무 자기의 소신과 주관적인 부분을 강하게 갖고 있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우현 의원도 "야당한테 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만날 상향식 공천 하나만 밀고 가느냐"면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구를 떠나 자기를 키워준 경기도 부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로 선거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은 오전 MBC라디오에서 "야당은 하다못해 김종인씨 같은 분을 모셔서 비대위원장에 앉혔다"면서 "김 대표가 20대 총선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궤도를 이탈할 것처럼 보이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가 도입하려는 휴대전화 안심번호 역시 부정확성과 시간부족, 비용 등의 문제를 들어 강하게 반대했다.

표면적으로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가입 당시 주소와 현재 주소의 불일치 등을 들었으나 이면에는 안심번호를 도입할 경우 기존에 구축해 둔 당원 선거인단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일부 의원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까지 내놓으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관위 구성은 물론 선거구 획정, 쟁점 법안 등 하나도 되는 게 없이 당이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면서 "더불어민주당도 비대위를 구성해 개혁적 움직임을 보여주며 발빠르게 나가는데 김 대표가 저렇게 버티면 우리도 위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복귀하면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서청원·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이 사퇴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는 '가상 시나리오'는 예전부터 돌았지만 상황에 따라 이것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계는 또 공관위원장 선임은 지도부가 협의하고, 공관위원은 최고위원이 각각 1명씩 추천하기로 해놓고 '지분 확대'를 꾀한 김 대표가 무리한 요구를 내놓으며 어그러졌다는 비판도 내놨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서 "우리 당은 집단지도체제로서 9명이 합의가 안 되면 다수가 지지하는 쪽을 결정해 나가는 구조"라면서 "그래서 5명 이상이 찬성하는 사람이 공관위원장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가 공관위원장으로 '물밑 지원'하는 이한구 의원을 김 대표가 반대한다 해도 다수결에 따라 밀어붙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공관위 구성 과정의 마찰을 포함해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당정협의 참석 직후 공관위 구성 계획과 친박계와 회동 계획 등 향후 당 운영에 대한 기자들의 수차례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처럼 친박계가 공세를 강화하자 비박계는 당 운영에 대해 비판이 계속되면 공멸할 수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김 대표는 운항 중인 배의 선장인데 이렇게 계속 흔들면 격랑 속에서 결국 난파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말 총선 실패를 원치 않는다면 당 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박계에서는 친박계가 외부인사 영입을 요구하고 공관위원장 인선에 관여하려는 게 전략공천의 불씨를 살려 두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결국 현재 벌어지는 힘겨루기 중심에는 공천 주도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공관위가 과거 공천심사위보다 위상과 권한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부적격 후보를 걸러내 경선 자체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거나, 경선 부정행위의 경중을 판단해 징계를 결정하는 등의 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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