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근신, 北 최룡해” 김양건 대타 대남 또는 국제 담당 비서 기용 가능성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숙청설까지 나돌았던 북한 최룡해(66) 당 비서가 약 두 달 반 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앞으로 그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룡해는 지난 1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창립 70돌 경축행사 대표증 수여 행사에서 연설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통신은 그를 '조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룡해 동지'라고 호칭했다.

북한 매체에 최룡해의 동정 관련 보도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10월 31일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그의 기고문이 실린 이후 처음이다.

장성택 숙청 이후 한때 2인자로 군림했던 최룡해는 지난해 11월 8일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의 장의위원 명단에 이름이 빠지면서 한때 신변 이상설이 나돌다가 지난달 사망한 김양건 당 비서의 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되면서 복권이 기정사실화됐다.

복귀 후 처음 참석한 행사가 북한의 대표적 청년 근로 단체인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행사라는 점에서 그는 당분간 기존의 근로단체 담당 당 비서를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일각에선 그가 앞으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 당 비서의 사망에 따른 공백을 메우게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오는 5월 초 열리는 당 대회를 통해 최룡해가 대남 또는 국제 담당 비서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통일전선부장이 다른 인물로 조기에 결정되면 대남 담당 비서는 공석으로 둘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남 관계에 대한 수요가 있을 때 최룡해가 당에서 대남 담당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룡해가 대남 비서를 맡더라도) 통일전선부장은 당분간 공석으로 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김용순이 사망한 지난 2003년 10월부터 림동옥이 임명된 2006년 4월까지 2년 넘게 통일전선부장을 임명하지 않은 채 공석으로 둔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가 대남 비서를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당분간 공석으로 두다가 당 대회에서 김완수 현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대남 비서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다만, 김완수 부부장의 나이가 올해 만 75세로 많다는 점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최룡해가 지난해 9월 열린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때를 포함해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부터 4차 핵실험 등으로 한층 불편해진 북중관계 개선을 위한 특명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룡해에게 중국과 관계를 풀어가는 '키맨'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면서 "물론 대남 관련 업무를 맡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에도 혁명화교육을 받다가 약 2년 만에 컴백한 전력이 있는 최룡해의 복귀가 예상 외로 조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가 그동안 혁명화교육보다는 단순한 '근신 처분'을 받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교수는 "3개월 만의 복권은 정치국 위원급으로는 최단기간이 아닐까 한다"면서 "지방의 협동농장으로 쫓겨나 혁명화교육을 받았다기보다는 평양 인근에서 자숙의 시간을 가졌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도 "북한 당국 관계자로부터 최룡해가 지방으로 쫓겨난 게 아니라 평양에 머물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보통 6개월 이상으로 알려진) 혁명화교육 기간이 정해진 것은 없으며, 필요에 따라 몇 달 또는 1년, 2년 등으로 기간이 정해진다"며 혁명화교육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우리 정보당국은 "최룡해가 백두산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지난해 11월 초 지방의 한 협동농장으로 추방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빨치산 2세대의 대표주자인 최룡해의 조기 복귀로 그동안 무성했던 빨치산 세력에 대한 구조조정설도 근거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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