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말뚝테러' 스즈키 재판, 영구 미제되나...3년 째 한국 사법 무시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일본 극우인사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51)가 재판에 또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장일혁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7번째 공판에 스즈키는 지난 6차례 공판과 마찬가지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공판은 2014년 6월 30일 6차 공판 이후 법원이 일본 내 한국 영사관을 통해 보낸 공소장과 소환장이 스즈키에게 송달된 사실이 확인돼 재판을 재개한 것이지만 스즈키의 불출석으로 아무 진전 없이 끝났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을 법정에 데려오기 위해 지난 공판에서 발부한 구속영장이 만료돼 지난해 8월 11일 재차 1년 기한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현재 그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외국에 있는 형사 사건 피고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법무부가 해당 국가와 사법공조를 통해 신병을 인계받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스즈키의 구속영장은 일본 정부의 비협조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공소장과 소환장 송달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뒤 6개월이 지나면 소송촉진특례법에 따라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열 수 있지만, 스즈키는 본인 송달이 확인됐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본의 협조를 받아 그를 구속해 데려오지 않으면 재판은 영원히 미제로 남게 된다.

그는 2012년 6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놓고 같은 달 일본으로 출국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일본에 있는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비에도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라고 적힌 나무 말뚝을 박고 윤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모욕했다. 이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를 고소해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자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중앙지검에 ‘다케시마 말뚝’을 보냈다. 검찰은 그의 범행사실이 명백하다고 보고 2013년 2월 기소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에도 말뚝테러를 반복해 왔다. 지난해 5월 19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과 서울에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소녀상 모형과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어가 적힌 흰색 말뚝 모형을 국제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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