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마다 잦은 등판?” 김종인, 더민주 탈당 정국 불펜투수로 마운드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교사'로 잘 알려진 김종인(76) 전 의원이 14일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더불어민주당 구원투수로 나섰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지내면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등 여당 핵심 공약을 설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중소기업과 복지ㆍ분배를 중요시하는 개혁 성향 인사로 보수와 진보 양측에 호소력이 있어 2014년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 국면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친손자로, 김병로 선생의 고향은 전북 순창이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 전 의원은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있던 1987년 헌법 개정 때 헌법 제119조2항인 경제민주화 조항, 이른바 '김종인 조항' 입안을 주도하면서 개혁 성향을 드러냈다.

이 조항은 이후 정부의 소득재분배, 재벌 시장지배력 남용 금지 정책 등의 근거가 됐다.

김 전 의원은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고 대기업들의 과다한 부동산 소유를 제한한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는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14대 국회에 재입성했지만, 17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비례대표를 하는 등 보수와 진보 양쪽을 오가며 4선을 지냈다.

2011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으로 새누리당에 합류한 그는 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성장에서 경제민주화로 전환하는데 앞장서면서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경기부양'쪽으로 기울자 박 대통령 지지 그룹에서 물러났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도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김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김 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돕기로 한 직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대선 출마를 검토하던 때 정치적 조언을 하는 등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이후 정치적 비전 등의 차이로 결별했다.

김 전 의원은 더민주가 자신의 영입을 발표한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 "조직에 참여하는 사람이 불리하다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정치행위를 잘 납득할 수 없다"고 안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더민주에 합류하면서 안철수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다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둘은 비슷한 연배의 원로 정치인으로 노태우 대통령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2012년 대선에서 김 전 의원이 박근혜 후보를 돕고 윤 전 장관이 문재인 후보 진영에 참여하면서 행보가 엇갈린 바 있다.

한편, 2014년 박영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영입하려다 당내 반대로 무산된 것처럼 김 전 의원의 새누리당 경력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일부 최고위원이 그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와 당을 지지하는 분들 가운데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민주화라는 가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인 박사를 모시는 게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권 정당은 좋은 보수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며 "김종인 박사는 지난 대선 자신의 박근헤 지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기비판했다. 이런 분 영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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