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흡연 음주 경력 이유로 장해급여 삭감 안돼"

뇌출혈로 공무상 요양 승인을 받은 공무원에게 음주와 흡연 경력을 이유로 본인 과실 규정을 적용해 장해급여를 삭감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전직 공무원 이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장해연금결정 처분 중 중과실 적용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경기 지역의 상수도사업소에서 배수지 운영관리원으로 일하던 중 2003년 5월 순찰 업무를 마치고 관사로 돌아와 씻고서 거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공무원연금공단에서 3년간 공무상 요양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14년 6월 명예퇴직을 하면서 장해연금을 청구했고, 공단은 장애등급을 5급으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과거 고혈압이 있었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고 하루에 반 갑 이상의 흡연과 소주 1병을 주 1∼2회 마셨던 이력이 확인된다는 이유로 중과실을 적용해 해당 등급의 장해급여액을 절반으로 감액해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공무원연금법 62조는 급여 대상자가 중대한 과실에 의해 질병·부상·장애를 발생하게 하거나 질병 등의 정도를 악화하게 한 경우 장해연금이나 보상금을 절반 삭감해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이씨는 “고혈압 증상 및 음주, 흡연과 뇌출혈 발병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과거 음주 및 흡연량이 과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음주·흡연이 뇌출혈의 위험인자로서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지식 외에는 원고의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원고가 중대한 과실에 의해 질병을 발생하게 하거나 악화시켰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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