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북받친 말씀 쏟아냈다” 문재인,이종걸에 심야의 격노 전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투톱' 파트너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고위 불참 선언 문제로 격노했다.

문 대표는 또한 정무직 당직자들의 당무거부에 대해서도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 사퇴가 도리"라면서 교체의사까지 밝히며 기강잡기에 나섰다.

문 대표는 9일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의 당무거부 사태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특히 원내대표는 전체 의원을 아울러야 하는데 특정계파에 서서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다. 유감스럽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무거부에 들어간 비주류측 당직자들에 대해서도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게 도리"라며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당 대표의 권한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의 경우 의원들이 선출해서 뽑은거라 당 대표로서 특별한 권한이 없는 만큼 단지 유감스럽다고 한 것이고,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에 대해선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전날 밤 10시 이 원내대표와 '심야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이 원내대표의 최고위 불참 문제로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9일 아침 전·현직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전날 밤 문 대표와의 심야 통화 내용을 일부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상당히 장시간 통화했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에 따르면 그가 "최고위에 불참하더라도 당무관련 활동은 수행하겠다. 당무거부는 아니다"고 말했지만, 문 대표는 "최고위에 안 나오는 것은 당무거부"라며 "당무거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는 "감정이 북받친 말씀"들을 내놓았다고 이 원내대표는 전했다.

문 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최고위 불참에 대해 "그건 원내대표로서 한쪽(비주류)에 편중하는 것", "왜 당무를 거부하느냐", "당무거부하게 되면 원내대표로서 위치를 인정하지 않겠다, 원내대표로서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자신에 대한 공격을 주도해온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이름을 들어가며 "○○, ○○ 의원 같은 사람과 어울려 지도부나 흔들고, 원내대표가 그래도 되겠느냐"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두 명이 사퇴한 흠결이 있는 최고위에 가서 기능을 보완해줄 여유가 없다"고 맞섰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문 대표의 사퇴 문제를 두고도 평행선을 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사퇴와 안 전 대표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전제로 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당 일각의 중재안을 문 대표에게 전하며 "두 분이 마주 달리는 기차의 양상으로는 당이 수습되긴 어렵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현직 원내대표 회동 참석자들에게 통화 사실을 전하며 "문 대표의 사퇴 문제를 얘기했더니 문 대표가 굉장히 격한 반응을 보이더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이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가 자신도 탈당하겠다는 격앙된 말씀을 했다고 하더라'는 질문이 나온데 대해 "감정이 북받쳐서 하신 말씀이 있었다"고 불분명하게 말을 이어가 마치 문 대표의 탈당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오인됐다가 추후 이 원내대표측이 "사실이 아니다"고 바로잡는 혼선도 벌어졌다.

문 대표는 이날 이 원내대표가 불참한 채 진행된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서 한 기자가 '어제 이 원내대표에게 탈당 이야기도 하셨다고 들었다'고 묻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에요"라며 버럭 했다.

이어 "정말…전화도…"라며 불쾌한 기색으로 당무위 회의장으로 직행했다.

당내 세력지형상 각각 주류와 비주류를 대변하며 대척점에 서온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이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에 오른 이후 갈등을 빚어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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