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1 복합소총 '엉터리 부품' 납품한 방산업체 임직원 실형

우리 군이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해 수출까지 추진한 ‘K11 복합소총’을 엉터리로 만든 방산업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28일 K11 복합소총의 ‘사격통제장비’를 공급하며 시험검사를 조작해 대금을 타낸 혐의(특경가법 상 사기)로 구속기소된 방산업체 E사 사업본부장 이모(51)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품질경영팀 과장 박모(37)씨는 징역 2년을, 제품기술팀 차장 장모(43)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K11 복합소총은 소총탄(구경 5.56㎜)과 공중폭발탄(20㎜)을 동시에 운용하는 첨단무기다. 군은 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고 폭발탄을 목표물 상공에서 터뜨려 참호에 숨은 적을 제압할 수 있다며 ‘10대 명품무기’라고 자랑했다.

E사는 K11 복합소총의 정확한 사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장비인 ‘사격통제장비’를 납품했다. 1대 납품단가가 1306만원으로 K11 복합소총 완성품 가격(약 1530만원)의 80％에 달한다.

이들은 E사의 사격통제장비가 격발 시 국방규격이 정한 충격량을 견디지 못하고 깨지는 것을 알게 되자, 충격시험검사 장비를 바꿔치기하는 식으로 품질검사를 통과했다. 엉터리 장비 250대를 납품해 이 중 42대의 공급대금 5억4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납품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오쉬노부대 등에서 소총에 균열이 발생했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이들의 조작이 적발됐다. E사는 결국 나머지 대금 27억1000여만원은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실제 기준에 맞지 않은 부품을 사용한 군수품이 군에 보급되면 군인들의 생명과 신체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된다”며 “우리 군의 군사력 또한 저하돼 국방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육군은 2018년까지 4485억원을 들여 K11 복합 소총을 개발한 뒤 1만5000정까지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사격통제장치 균열 등 결함 때문에 지난해 11월까지 914정만 납품됐고 사업은 좌초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검찰은 실형 선고에 대해 “국방력 공백은 물론 국가이미지 실추를 부른 원인을 밝혀냈다”며 “원인 규명과 더불어 재발 방지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