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해 1월24일 오후 9시쯤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 안 건널목에서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 골절을 당한 허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도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병원은 하반신 마비 영구장애 진단서를 내줬다.
허씨는 이 진단서를 근거로 올해 5월 보험사로부터 장애 진단비 8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자신을 친 차량이 가입한 보험사에도 이 진단서를 근거로 합의금 4억800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 1년 넘게 퇴원하지 않고 입원해 있는데다 병원도 수차례 옮기는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긴 가해차량 보험사는 허씨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경찰이 병원에 잠복해 그의 상태를 관찰하자 허씨의 거짓말은 금세 탄로 났다.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허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가 병실에서 두 발로 일어나 정상적으로 걸어 다녔다. 주차장에서도 두 발로 일어나 자신의 차량에 10㎏이 넘는 휠체어를 접어 싣고 운전까지 했다. 이러한 장면은 경찰의 카메라에 영상으로 고스란히 기록됐다.
보험사는 지난달 최종적으로 병원에 찾아가 허씨의 상태를 점검했지만, 허씨는 여전히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되풀이해 결국 처벌받게 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허씨는 1997년 강직성 경추염 6급 장애인으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보험설계사에게 숨기고 보험에 가입했던 일까지 들통났다.
결국 허씨는 거액의 합의금에 욕심을 냈다가 장애 진단비까지 뱉어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경찰은 허씨가 병원이나 손해사정사와 짜고 범행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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