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내과전문의가 흔치 않던 시절 한국을 찾아 88년 정년 때까지 전주 예수병원에서 심장내과 전문의로 선진의술과 예수님 사랑을 전했던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추(David Chu·한국명 주보선) 박사가 지난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예수병원을 섬긴 외국인 의료선교사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그는 눈을 감을 때까지 한국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1923년 중국에서 태어난 추 박사는 대학시절 중국이 공산화되자 미국으로 이주했다.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던 그는 의료선교사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꿈을 안고 미국 텍사스주 베일러 의대에 입학했다. 졸업한 뒤 심장내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공산화된 고국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하나님의 뜻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의 발걸음을 한국으로 인도하신 것이다. 한 선교대회에 참석한 그는 당시 예수병원장으로 있던 데이비드 존 실(2004년 작고·한국명 설대위) 선교사의 강연에 큰 감명을 받아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50년대에는 외과의사 수요가 많았지만, 60년대에는 심혈관질환 등 내과질환이 증가하면서 숙련된 내과의사가 절실히 필요했다. 추 박사는 한국에서 최초로 인공심장박동조율기 시술을 하고 심장초음파를 찍으며 심장내과 영역을 개척했다. 한국인은 물론 서울의 외국인들도 그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전주를 찾을 정도였다.
당시 그에게 배웠던 김민철 대자인병원 통합암병원장은 “그분은 프로젝트 같은 사역을 하는 선교사가 아니라 삶 자체를 통해 제자와 환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며 “특히 손으로 쓴 차트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증세를 손으로 정성스럽게 기록한 그의 차트는 환자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후학들에게 일깨워줬다.
그는 진정한 선교사였다. 매주 토요일 수련의들과 영어로 성경공부를 하고 기도모임을 거르지 않았다. 주위에서 그를 ‘기도의 사람’이라고 부른 이유였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환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그가 재직하던 82년에는 한 해 동안 2029명의 환자가 예수님을 영접했다. 예수병원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다.
추 박사의 아내 게일 여사는 선교사들의 대모로 불렸다. 당시 직원들은 하얀 피부에 푸른 눈을 지닌 게일 여사를 천사처럼 여겼다. 중국 선교사로 가겠다는 추 박사와의 결혼을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행한 게일 여사는 온화한 성품으로 알뜰살뜰하게 선교사 가족들과 직원들을 챙겼다.
하지만 이역만리 낯선 곳의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80년대 초반 아들의 다리에서 악성종양인 골육종이 발견됐다. 부부는 결국 안식년을 갖기로 결정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아들의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장인과 장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한국으로 돌아오려 했지만 갑작스레 장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쪽 팔다리를 못 쓰게 되자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는 그때를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가족을 돌볼 것인가, 사역을 감당할 것인가.’ 기로에서 고민하던 그는 1년 뒤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병원장을 맡으라는 요구도 한사코 거절했다. 그저 진료와 성경공부, 기도, 전도에만 충실하다 88년 정년이 되자 미국으로 돌아갔다.
제자들과 예수병원에서 한국 방문을 초청할 때마다 그는 늘 거절했다. ‘사람들의 영광과 칭송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오직 주님이 주시는 작은 상급만을 기대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윤용순 예수병원 재활의학과장이 방문했을 당시 그는 기력이 많이 약해져 있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며 성경을 읽고 있었다. 게일 여사는 “TV에서 북한 미사일 실험 등 한국 관련 뉴스가 나오면 한국이 위험한 상황이냐고 걱정하면서 한국과 예수병원 사역을 위해 기도를 한다”고 전했다.
슬하에 딸 하나, 아들 셋을 뒀지만 하나님 곁으로 아들 한 명을 먼저 보냈다. 다른 아들 한 명은 중국 선교사가 되어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이뤘다. 심장내과 전문의와 결혼한 딸이 근처에 머물면서 추 박사 부부를 보살폈다. 추모예배는 3일 콩코드 프라비던스 장로교회에서 열린다. 예수병원 이광영 교수와 김 원장 등 그를 기억하는 한국의 제자들도 참석한다. 게일 여사는 조의금을 모두 예수병원에 전달키로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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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선교의 별이 졌다’… 데이비드 추 선교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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