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파리에서 공연중인 안은미 컴퍼니의 ‘땐스 3부작’에 대한 프랑스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뜨겁다. ‘사심없는 땐스’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등 ‘땐스 3부작’은 춤의 인류학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권위있는 파리가을축제(9월 9일~12월 31일 파리 및 인근도시의 주요 문화시설)에서 10회 공연된 이후 1월 프랑스 남부 6개 도시에서 다시 13회 공연될 예정이다. 3월 스위스 6개 도시 투어를 빼더라도 프랑스에서 안은미 컴퍼니가 23회나 공연을 가지는 것은 한국 단체로는 사상 처음이다.
안은미 컴퍼니가 이번 시즌 프랑스에서 맹활약하는 것은 단지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서만이 아니다. 앞서 파리여름축제에서 2013년 ‘심포카 프린세스 바리’와 2014년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가 소개돼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르몽드와 파리마치 등 프랑스의 유력 신문과 잡지가 잇따라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파리여름축제 예술감독 캐롤 피에르츠는 바로 프랑스에 안은미 컴퍼니를 소개한 주역이다.
피에르츠 감독은 26일(현지시간) “몇 년 전(2008년) 안무가 이스라엘 갈반의 프로듀서로서 피나 바우쉬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안은미의 작품도 프로그램 안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일정상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브로셔 안의 사진이 매우 강렬해서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면서 “2011년 뒤셀도르프 페스티벌에 갔다가 ‘심포카 프린세스 바리’를 운명처럼 보게 됐다. 지금까지 접할 수 없었던 종류의 공연이라 큰 충격을 받았고, 바로 안은미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서울에 온 그는 1주일간 안은미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당시 ‘땐스’ 3부작 가운데 안은미가 할머니들과 만든 ‘조상님게 바치는 땐스’도 봤다. 그는 “건강한 몸을 가진 무용수들이 삶의 고통이 묻어나는 몸을 가진 노인들과 함께 춤추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작품의 주제는 물론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안은미의 능력이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한국 방문은 2013년 파리여름축제 ‘코리아 포커스’로 이어지게 됐다. 당시 안은미 컴퍼니(5회)를 비롯해 장영규의 비빙(1회), 김주홍의 노름마치(6회) 등 3개의 한국 단체가 축제에 초청을 받았다. 안은미 컴퍼니의 경우 해외 공연팀으로는 유일하게 축제 공식 오프닝에 초청됐다.
그는 2013년 ‘심포카 프린세스 바리’에 대해 르몽드가 문화면 톱으로 쓴 리뷰를 보여주며 “당시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 알려진 한국 문화는 K-Pop과 김기덕 등의 예술영화가 전부였다. 안은미의 ‘바리’는 프랑스 대중이 K-Pop과 예술영화를 제외하고 사실상 처음 알게 된 한국 예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바리’는 한국이란 나라를 새롭게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었다. 르몽드를 비롯해 프랑스 언론 역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그는 안은미의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를 또다시 파리여름축제에 초청했다. 노인 문제에 관심 많은 프랑스에서 이 작품은 4회 공연 모두 빠르게 매진됐으며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현지 언론의 리뷰만 10개 이상 나왔을 정도다.
그는 “파리여름축제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를 발견해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서 “파리여름축제가 안은미를 2년 연속 초청했기 때문에 올 시즌 파리가을축제를 비롯해 프랑스와 스위스 투어로 연결될 수 있었다. 게다가 파리가을축제에 선보인 안은미의 ‘땐스’ 3부작 10회 공연이 객석 수로는 약 1만석 정도 되는데, 일찌감치 매진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 지난 2년간 꾸준히 프랑스 관객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리여름축제가 안은미에게 이런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너무 기쁘고 보람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파리여름축제에 또다시 안은미를 초청했다. 기존의 작품을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안은미가 100명의 프랑스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함께 만드는 신작이다. 축제를 앞두고 석달 동안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1주일에 한 번씩 한국 주제로 자유롭게 작업한 뒤 안은미와 만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게 되는 프로젝트다. 본공연에서 아티스트들은 1분59초 동안 퍼포먼스를 펼치게 된다. 이를 위해 파리여름축제는 최근 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한편 파리 주요 극장에 포스터를 배치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어떤 작품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한다. 예술에 있어서 ‘진정한 교류’는 서로 시간을 보내며 같이 대화할 때 나오기 때문이다. 안은미와 프랑스의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서로 어떻게 반응할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고 털어놓았다.
1990년 시작된 파리여름축제는 7~8월 사이 한달간 파리시와 인근 도시의 실내외 무대에서 20개 안팎의 작품을 100여회 공연한다. 올해는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9일 동안 42개 공간에서 18개 작품이 102회 공연됐다. 파리여름축제는 기존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작품 외에 파리 시내의 공원이나 성당, 박물관, 세느강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선보이는 작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티켓 값은 올해 기준으로 어린이 8유로(약 1만1000원), 어른 20유로(약 2만7000원), 실업 여러 요인에 따른 할인 16유로(약 2만1000원)의 셋으로 나뉜다. 전체 공연 가운데 비중이 높은 야외 공연은 모두 무료다.
그런데, 파리여름축제는 일부 공연의 경우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채 티켓을 파는가 하면 아티스트가 누군지 알려주지만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전날에야 공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 공연은 티켓이 매진되고 무료 공연 역시 매번 1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린다. 예를 들어 지난해엔 찰리 채플린의 외손자로 서커스가 결합된 퍼포먼스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제임스 티에리의 공연이 있었고, 올해엔 한국 소리꾼 정은혜의 3회 공연 가운데 1회가 새벽 6시 세느강에서 열렸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은 축제를 재밌게 만드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물론 관객들이 파리여름축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서 “제임스 티에리의 공연은 아티스트가 누군이지 모른채 예매할 때는 티켓 가격이 최대 20유로였지만 그 실체가 밝혀진 후에는 26유로로 올라갔는데, 첫 공연 전에 대부분 팔린 상태였다. 그리고 올해 정은혜의 공연은 새벽 6시라고 전날 알렸는데도 1200여명이 몰렸다. 해가 떠오르는 것에 맞춰 관객을 등지고 있던 정은혜가 점점 앞으로 얼굴을 드러냈는데, 정말 아름답고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파리여름축제의 예산은 올해 기준으로 185만 유로(약 25억원)다. 티켓으로 얻는 수익은 18~25만 유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 문화부와 파리시에서 지원받고 있다. 다만 최근 수년째 지속된 경제 위기로 프랑스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파리여름축제 역시 재정 문제는 늘 고민거리다.
그는 “최근 프랑스에서 작은 페스티벌들이 하루에 하나씩 없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통폐합되고 있다. 올들어서만 200개 정도 없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페스티벌의 경우 폐지되진 않았지만 예산이 해마다 줄고 있어서 정말 걱정이다”면서 “예산이 줄면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잘 알려진 예술가들 위주로 데려올 수 밖에 없고 무료 공연도 줄여야 한다. 결국 돈 때문에 예술적 자유가 침해되면서 장사를 하게 된다. 축제가 이렇게 되면 주류에 속하지 않는 예술가들은 기회를 얻을 수 없어 고통을 겪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프랑스에서 문화는 국가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민중의 권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요즘 프랑스에서도 미국이나 영국처럼은 아니지만 문화예술 지원과 관련해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다. 프랑스를 비롯해 전세계 문화예술계에 당분간 고통스러운 시간이 계속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파리=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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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를 프랑스에 알린 파리여름축제 예술감독 캐롤 피에르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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