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이 없으면 덜 나쁜 놈을 찍으면 되잖아. 그래야 제일 나쁜 놈이 당선이 안 되지.” “덜 나쁜 놈도 나쁜 놈은 나쁜 놈이잖아요. 뭐 하러 그럽니까?” “플라톤이 한 이 말을 꼭 기억해두세요, 김규환씨.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제일 저질스러운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것입니다.”
KBS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의 보좌관 최인경(송윤아)과 비서관 김규환(옥택연)의 대화 장면이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권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설득력 있는 한 마디라는 평가다. 이번 주 종영을 앞둔 어셈블리는 5% 안팎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명품 드라마로 호평 받고 있다.
주인공 진상필은 용접공이자 해고 노동자였다가 경제시(가상 도시) 보궐선거에서 여당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인물이다. 갑자기 국회의원이 된 그가 국회에서 겪는 일들은 꽤나 현실적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느라 국민은 잊혀지는 모습은 현실과 닮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국회의원 진상필이 보여주는 이상적인 모습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가 국회에서 벌이는 의원답지 않은 장면들은 진상필의 대사처럼 “국민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절실하게 바라는 것”일 때가 많다.
다른 의원들을 향해 던지는 거칠지만 적절한 일갈, 국정감사에서의 화끈한 모습 등은 ‘우리가 바라는 정치인’을 보여준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군대 비리 등의 의혹을 가진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막아내는 속 시원한 활약을 하기도 했다.
진상필이 여당 의원들 앞에서 한 사무총장 수락 연설은 명대사 중 하나로 꼽힌다. 비리 사장 때문에 월급을 못 받은 직원들이 매일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알 턱이 있나. 맨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정치공학을! 그러니까 우리 눈앞에서, 우리 코앞에서,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맨날 울고 있는 것을 못 보고 있는 것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주연배우 정재영과 송윤아, 비례대표 초선 의원 홍찬미를 연기하는 김서형, 정치 고수 박춘섭 역의 박영규와 대중적 인기는 있지만 정치적 야망을 위해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는 백도현 역의 장현성 등 배우들의 호연도 몰입도를 높인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즌제로 드라마를 이어가달라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이 드라마로 정치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의견도 많다. “내년 총선까지 연장 방송해 정치를 바꿔주세요” “흥행이 돼서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달라지는 기회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요” 등의 반응들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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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이상적인 정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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