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해외 패키지 여행 피해사례 계속… 원인은

해외로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가이드에게 봉변을 당하거나 불필요한 쇼핑과 옵션(선택 관광)을 반강제로 하게 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국민일보 9월 7일자 11면 참조). 이 배경에는 ‘대형 여행사→소형 여행사→가이드’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와 저가 상품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여행사 간 가격경쟁 구도가 맞물려 있다.

여행업은 사업 방식에 따라 도매, 소매, 직판으로 나뉜다. ‘홀세일 여행사’라고도 하는 도매 여행사는 여행 상품을 만들고, 소매 여행사는 이 상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대리점 역할을 하며 공생한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같은 대형업체가 도매 여행사다. 최근 대형 여행사들도 판매에 손을 대면서 도·소매 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직판 여행사는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두 해결하는 여행사다.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롯데관광, 자유투어, 인터파크투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여행사는 현지 사무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해외여행 상당수를 현지 여행사에 맡긴다. 이런 일을 맡아 하는 현지 여행사를 업계에서는 ‘랜드(Land)사’라고 부른다. 도매 여행사도 일부 지역에서 랜드사를 쓴다. 상품 기획과 진행, 가이드 선발·운용은 모두 랜드사 소관이다. 국내 여행사는 여행객을 모아 현지로 보내는 것으로 손을 턴다.

여행객이 여행 전 결제하는 비용은 국내 여행사가 일부를 갖고 나머지를 항공료나 숙박비 등 여행경비로 쓴다. ‘229’(29만9000원) ‘399’(39만9000원)로 대변되는 저가 상품은 이 과정에서 대개 적자가 발생한다. 여행객이 낸 돈으로 여행 원가를 충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랜드사는 이런 적자를 떠안고 행사 진행을 시작한다. 여행에 쇼핑과 옵션이 덕지덕지 붙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랜드사는 매장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나 옵션 차액으로 적자를 만회하고 수익을 낸다. 이 돈은 여행을 진행한 가이드와 나눠 갖는다. 가이드는 여행사 소속이든 일용직이든 월급을 받지 않는다. 이들 역시 여행객이 물건을 많이 사고 여러 옵션을 선택할수록 돈을 번다. 여행객이 쇼핑과 옵션을 하도록 부추기거나 강요하게 될 소지가 큰 것이다.

국내 여행사들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저가 패키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저렴한 쪽으로 몰리는 시장 상황에서 대형 여행사가 저가 상품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여행사나 고치고 싶어 하지만 업계 주도권을 가진 하나투어가 먼저 움직여 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7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패키지 가격이 10년 전이나 지금이 변함이 없다. 업계가 변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러려면 고객들이 저가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좀 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패키지를 내실화하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위탁 방식은 품질 관리를 어렵게 한다. 지난달 베트남에서 물의를 빚은 가이드는 랜드사가 검증 절차도 없이 고용한 일용직이었다. 인터파크투어 행사를 맡기면서 여행사와는 협의도 하지 않았다. ‘용병 가이드’로 불리는 일용직 가이드는 여행사 소속에 비해 책임감이 떨어지고 관리도 안 되는 편이다. 가이드에 대한 정보가 랜드사 간에 원활히 공유되는 것도 아니다. 가이드가 부족한 탓에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계속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청은 여행사가 현지에서 발생한 문제를 정확히 처리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여행객으로부터 민원을 접수한 국내 여행사는 보통 랜드사나 가이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개입하기 마련이다. 베트남 사건에 대해 인터파크투어가 초기에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이 때문이었다. 당시 랜드사와 가이드는 여행객 잘못인 것처럼 허위 보고를 해 문제를 키웠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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