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음악이 편해진 나이가 됐어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음악이 너무 많아요.”
올해 고희(古稀)를 맞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7~23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5개 도시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7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시절엔 (관객에게) 음악으로 증명하고 설득하려 했다면 이제는 내 자신이 음악을 더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많은 연주자들이 대학에 자리를 잡는 것과 달리 평생을 국제무대에서 전문 연주자로 활약해왔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학교를 졸업한 그는 1972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가진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독주곡 전곡 연주로 명성을 얻었다.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과 프로코피예프 음반으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디아파종상을 92년과 93년 잇따라 수상했으며, 2002년 프랑스 작곡가 포레 음반으로는 디아파종상 가운데 최고상인 ‘올해의 황금 디아파종상’을 차지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 갔던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많이 외로웠다”면서 “하지만 외로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한 음악이 나오게 됐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을 거쳐 아내(배우 윤정희)를 만났고 연주생활을 활발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랫동안 천착해온 러시아 음악으로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타계 100주년이 된 스크랴빈의 24개 전주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1번이다. 그는 “러시아 음악은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편이다. 한국인의 성정과 비슷해서인지 더욱 더 사랑하게 됐다”며 “특히 스크랴빈은 그동안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 꼭 연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피아노는 체력 소모가 많아 고령이 되면 연주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백건우는 육체적 부담보다는 음악을 향한 여전한 갈증을 호소했다. 그는 “피아노의 레퍼토리는 무한하다. 지금 내게 맞는 좋은 작품을 계속 발굴해서 연주하고 싶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꾸 떠오르고 아직도 내 연주에 만족하지 못해서 계속 연습한다”고 말했다.
클래식계에 만연한 ‘포장된 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음악을 하려면 마음이 깨끗해야 한다.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악기의 소리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연주자는 진심으로 음악을 파고들어 진실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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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맞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제 음악을 편하게 다룰 수 있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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