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호는 5일 오후 7시 25분쯤 제주 추자도 신양항을 떠나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향했다. 배에는 선장 김모(46)씨와 낚시꾼 등 21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새벽 2시쯤 해남에서 배를 타고 추자도로 와 낚시를 즐긴 뒤 돌아가는 길이었다. 비슷한 시각 추자항에서 남성항으로 출항한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는 해상 기상이 좋지 않자 회항하면서 오후 7시 44분쯤 돌고래호 선장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잠시만”이라고 짧게 대답한 뒤 연락이 끊겼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 정씨는 추자항으로 돌아와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정씨는 “날씨가 안 좋아 출항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통화가 두절될 즈음 돌고래호에선 악천후와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까스로 구조된 이모(49)씨는 “기상상태가 악화되자 배가 해남으로 돌아가기로 결정된 뒤 선수 쪽 아래 선실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당시 9명 가량이 선실에 있었다”며 “출항한 지 불과 20분도 안됐을 때 배가 ‘쾅쾅’ 소리를 내며 옆으로 뒤집히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완전히 전복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잠을 자고 있던 동생들 5명 정도는 못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스박스를 붙잡은 상태에서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씨는 “구명조끼가 빗물에 젖어 있어서 사람들이 입지 않았고, 나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며 “그러다 사고가 났고 배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벽을 잡고 배 위로 올라가 겨우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가 전복된 뒤 1시간가량 지나 숨진 사람들이 물 위로 떠오른 것을 목격했다”며 끔찍했던 상황에 몸서리를 쳤다.
또 다른 생존자 박모(38)씨는 “너울이 세게 쳐서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고 전했다. 박씨는 “해상 이동 중 잠들어 있었는데 배의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이때 배에 물이 들어왔다”며 “맨 마지막으로 배에서 빠져나가자 동시에 배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씨는 배가 뒤집힌 뒤에는 난간을 잡고 위로 올라가 다른 생존자 1명과 같이 뒤집힌 선박 위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힘이 부치는 사람들은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고, 우리도 30분만 더, 1시간만 더 버텨보자며 견디고 있을대 어선 한 척이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돌고래호가 연락두절됐다가 뒤집힌 채 발견되기까지 10시간 이상 차가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인 셈이다. 돌고래호는 6일 오전 6시25분쯤 추자도 섬생이섬 남쪽 1.1㎞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전복된 선박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시간도 처절했다. 박씨는 “생존자 3명 외에 다른 승선자도 뒤집어진 선박 위에 올라와 있었으나 강한 풍랑에 일부가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기상 상황이 좋아지자 수색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추가 생존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고 해역에서 실종자 수색에 참여한 추자 대물호 최기훈(43) 선장은 “추자도는 42개 부속 섬으로 구성돼 있어 생존자가 인근 섬으로 피신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며 “계속 섬을 집중적으로 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선장은 “점퍼에 꽁꽁 묶인 아이스박스 3개를 찾았는데 전복 위기를 맞은 그 짧은 순간에 살려고 발버둥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구조대를 기다리다 결국 힘에 부쳐 손을 놓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망자 명단
△전남 해남병원
김모씨(49·부산 부산진구) 이모씨(48·전남 영암군) 허모씨(49·부산 사상구) 이모씨(62·부산 동구)
△해남 우리병원
전모(51·경남 창원)와 김모씨(60·부산 사하구) 김모씨(46·전남 해남, 돌고래호 선장) 전모씨(38·전북 군산)
△해남 우석병원
심모씨(39·부산 사하구)와 진모씨(50·부산 북구)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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