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밀려온 3살 시리아 난민 꼬마의 시신…누가 이 아이를

Է:2015-09-03 09:17
:2015-09-0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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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밀려온 3살 시리아 난민 꼬마의 시신…누가 이 아이를
에일란 쿠르디(3)는 죽어서도 머리를 유럽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는 어른들로 하여금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그토록 거친 파도에 오랫동안 휩쓸렸는데도 양발에 신발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기나긴 여정’인줄 미리 알았기나 한 듯 엄마가 신발을 단단히 신겨놓았을 것이다. 그 엄마도 두 살 더 많은 쿠르디의 형도 쿠르디와 같은 세상으로 떠났다.
2일(현지시간) 아침 그리스의 휴양지인 코스섬을 마주하고 있는 터키쪽 보드럼 해안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쿠르디는 결국 유럽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다시 터키쪽으로 떠밀려왔다. 쿠르디 가족을 비롯한 난민 6명이 탄 고무보트는 터키를 떠난 지 1시간 만에 뒤집혔고, 쿠르디의 엄마와 아이 3명이 물에 빠졌다. 이 가운데 쿠르디와 형이 숨진 채 발견됐고, 엄마와 다른 한 아이는 실종됐다. 터키 당국은 두 사람 역시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스를 불과 몇㎞ 앞두고 그렇게 네 사람의 꿈이 바닷 속으로 사라졌다. 인근에서는 또 다른 고무보트도 전복돼 이 일대에서 모두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중 아이는 5명이었다.
쿠르디는 발견 당시 엎드려 잠자는 듯한 모습이었다. 붉은 셔츠와 남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모래에 반쯤 묻힌 얼굴은 평온해보였다. AP통신은 “쿠르디를 발견하고 현장의 모든 이들이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쿠르디는 시리아 북부의 코바니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부터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정부군, 반군 등이 격전을 치른 곳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연합전선도 이곳에 엄청난 공습을 퍼부었다. 쏟아지는 포탄과 눈앞의 죽음을 피해 누구나 할 것 없이 코바니를 탈출해 인근 터키로 진입했다. 쿠르디 가족도 몇 개월, 아니 수년이 걸렸을지 모를 여정 끝에 마침내 유럽과 가까운 터키 서부 맨 끝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유럽에 발을 디디기 불과 몇 십분 전에 그렇게 허망하게 숨졌다.
쿠르디의 숨진 사진은 ‘인류애가 사라져버렸다’는 제목을 달고 전 세계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많은 이들이 인터넷 댓글에서 참담함을 토로했고, 또 스스로를 자책했다. 유럽 각국이 난민 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려 싸우는 사이, 나머지 대륙들이 유럽의 문제라고 유럽만 탓하는 사이, 유엔마저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쿠르디는 차가운 시신으로 변해 세상 사람들에게 아침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아무말 없이 말하고 있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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