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고엽제의 땅’에서 주민 섬기는 우석정 선교사 부부

Է:2015-08-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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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피플] ‘고엽제의 땅’에서 주민 섬기는 우석정 선교사 부부
2006년 가을이었다. “외국인이 왜 이런 시골에 들어와 병원을 만든 거야? 치료비만 비싸게 받아 챙기려는 거 아닌지 몰라.” 동네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베트남 호치민 서쪽의 롱안 지역에 ‘롱안세계로병원(원장 우석정)’이 들어서자 주민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 지역에 처음 생긴 민간병원인데, 원장이 외국인이었던 탓이다. 의심과 불신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은 병원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하수구를 시멘트로 막는가 하면 “병원으로 이어지는 도로 가로등 때문에 벼가 자라지 않는다”며 전등 스위치를 내려놓기도 했다.

우석정(54·흉부외과 전문의) 이희정(53) 선교사 부부는 개의치 않았다. 이미 5년 전인 2001년부터 베트남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봉사활동을 벌여온 그들은 예전처럼 묵묵히 아픈 이들을 돌보는데 힘을 쏟았다.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데는 3년 정도 걸렸다.

“원장님, 우리가 어제 제사를 지냈거든요. 이 음식 좀 드세요. 물론 제사상에 올리지 않고 따로 보관해둔 거랍니다.” 주민들은 우 선교사 부부에 대해 적어도 2가지를 간파했다.

‘이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구나.’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구나.’

내년이면 설립 10주년을 맞이하는 롱안세계로병원의 사역은 활발하다.

최근 업무 차 일시 방한한 우 선교사는 “하루 평균 외래환자는 100명, 입원환자는 10명가량 되고 수술은 1건 정도 한다”며 “직원 75명에 30병상을 둔 병원의 자립도는 90%”라고 설명했다. 1년 전쯤에는 네팔 의료선교사로 20년 가까이 사역한 양승봉(외과전문의) 신경희 선교사 부부가 합류한데 이어 의료장비가 보강되면서 의료의 질적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고 한다.

롱안세계로병원만의 독특한 사역도 눈길을 끈다. 병원 설립 초기부터 이어오고 있는 고엽제 환자 치료 활동이다. 고엽제는 베트남 전쟁(1960~1975) 당시 뿌려졌던 혼합 제초제인데, 제조과정에서 생긴 맹독성 화학물질인 다이옥신이 다양한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우 선교사가 보여준 고엽제 환자들 사진 중에는 손발이 뒤틀리거나 얼굴이 기형인 이들이 많았다. 지난해 문을 연 고엽제센터에는 매일 재활치료를 받으러 오는 어린이만 20명이 넘고, 재택 치료를 받는 가정이 4곳쯤 된다. 우 선교사가 고엽제 환자 치료 사역에 나선 이유는 이렇다.

“롱안 지역은 베트남 전쟁 당시 게릴라들의 본거지였어요. 폭격도 잦았고, 게릴라 토벌을 위해 고엽제가 많이 뿌려진 지역이에요. 그래서 고엽제 환자들이 많습니다. 한 가문에 4대까지 병이 대물림되는 경우도 있어요.”

우 선교사는 한글교실과 집짓기 사역, 장학금 지원 등도 병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한 열매로 여기는 사역은 교회 개척이다. 우 선교사는 “5년 전쯤 현지 교단 사역자들과 함께 ‘덕화교회’를 개척했고, 지금은 병원을 중심으로 7개 기도모임을 꾸려 가고 있다”면서 “의료를 통한 교회개척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로·권사의 아들이자 의사였던 그는 경북 포항성모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일하던 2000년쯤 ‘선교’가 궁금해졌다. 의료선교협회 산하 의료선교교육훈련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새로운 사명을 찾았다. 그리고 불혹이 되던 이듬해 3월 가족과 함께 호치민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베트남 사역 15년째로 접어든 우 선교사 부부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른바 ‘관문도시 사역’인데, 베트남 중부인 다낭 지역에 의료 전초기지를 세우는 것이다. 안과 이비인후과 치과 성형외과(치료 위주) 등 ‘안면부 특화 병원’을 구상 중인데,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다낭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베트남과 라오스 중남부, 태국 동부, 캄보디아 북동부 지역과 맞닿는 관문 도시의 출발점입니다. 이곳은 인도차이나반도 국경을 넘나드는 소수 부족들의 교두보가 되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고요.” 의료선교 사역의 요충지란 얘기다. 2017년 5월 개원을 목표로 현재 병원 부지를 마련하는 단계인데, 우 선교사 부부는 몇 년 뒤를 내다보며 올 초부터 라오스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우 선교사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의료 선교에 관심이 있거나 의료 기술을 전수하실 분, 베트남 현지 의료진들을 제자로 양성하길 원하시는 분들은 지원해 달라”고 기독의료인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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