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유행했던 단색화 바람이 최근 들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그 근원과 바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9월 29일까지 열리는 ‘물성을 넘어, 여백의 세계를 찾아서 한국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1’이 그것이다.
시리즈의 첫 기획전에는 이승조(1941~1990), 박석원(1942~), 이강소(1943~), 김인겸(1945~), 오수환(1946~), 김태호(1948~), 박영남(1949~) 등 19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다양한 경향 가운데서도 예술의 정신성과 본질을 추구하고자 했던 주요 작가 7명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들은 1970년대 미니멀리즘의 영향 아래 물질 그 자체의 속성이 두드러지던 미술계에서 꾸준히 그들만의 독자적인 실험을 지속해왔다. 물질로만 작품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물질을 넘어선 그 무엇에 대한 신념을 통해 진정한 예술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심했다.
이승조 작가는 기하학적 추상을 통해 모더니즘적인 화면을 창출해냈다. 김인겸 작가는 평면과 입체, 빛과 어둠과 같은 3차원 공간에서 조각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박석원 작가는 돌과 같은 자연물을 가공하고 변화시킴으로써 더 이상 자연에 내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예술적이고 조형적인 가치를 지니도록 했다.
김태호 작가는 두터운 물감의 마티에르와 손의 흔적을 통해 화면에 생명을 부여하고 있다. 오수환과 이강소 작가의 화면에는 삶에 대한 나름의 고뇌를 예술가의 신체를 움직임으로써 표현한 선이 돋보인다.
참여 작가 중에서 막내인 박영남 작가는 흑백의 선과 면 작업을 통해 한국추상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케 한다. 작가는 “이번에 출품한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현대미술의 올드보이들의 현재(Now)를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한국현대미술의 현장 한가운데서 작가들과 동시대를 살아온 평론가 김복영(1942~)의 글을 도록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당대 미술을 피부로 느꼈던 김복영은 전시 서문에서 ‘여백’을 키워드로 한국적 정신성이 어떻게 작품에서 구현되고 있는지 적었다.
6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은 독자적인 정신과 사유체계를 반영한 작가들의 땀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일회성과 속도를 추구하고, 예술마저 소비상품이 된 시대에 미술의 진정성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가나아트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한 면면에 주목하는 전시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임으로써 우리 현대미술의 흐름을 되짚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깊이 있는 기획전을 보기 힘들어진 요즘 미술계에 반갑고 의미 있는 전시라 하겠다.
김복영 평론가는 “우리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은 크게 말해 물성을 여백의 경계에 둠으로써 공간과 시간의 사건들을 유발시킨다. 우리 작가들은 이 때문에 작업에 있어서도 무와 총체성을 원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7인의 작품을 통해 물성을 넘어 보이지 않는 여백의 경계를 환기시킨다”고 평했다(02-3216-102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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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바람 이끈 '올드보이 나우’(Oldboys Now) 가나아트 '한국현대미술의 눈과 정신1’ 9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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