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정신과 문화 침략의도 담긴 일본인 사진집 ‘은뢰’ 출간

일제가 조선에 침략한 뒤 정신과 문화까지 지배하고자 조선신궁 건립 10주년을 맞아 편찬한 사진집 ‘은뢰’가 우리말로 완역·출간됐다.

‘은뢰’는 일제가 1925년 서울 남산에 세운 신사 ‘조선신궁’에서 바라본 조선의 풍경과 당시 생활상을 담은 사진집이다.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 사진작가 야마자와 산조가 찍었고, 1937년 ‘조선신궁봉찬회’가 엮어 편찬했다. ‘은뢰’가 논문 등을 통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완역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제목은 ‘은뢰’는 ‘은혜를 받다’라는 의미다. 책은 일본이 주장하는 ‘대일본제국을 보살피는 신령의 은총으로 식민지 조선이 누리는 행복과 번영’을 홍보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물리적 식민 지배를 넘어서 조선신궁과 그것이 떠받드는 신의 가호 속에서 조선이 발전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조선인의 정신과 문화까지 지배하려고 한 의도가 담겼다. 책에 실린 500여점의 사진은 10년간 신궁의 내력을 더듬는 동시에 조선 전역 곳곳에서 부는 이른바 ‘신풍’과 조선총독부의 시정사를 훑으면서 일제가 조선에 남긴 ‘업적’을 기록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연구소가 정선태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번역문을 원본과 함께 실어 편찬했다. 조선의 정신 밑바닥까지 지배하려고 한 일제의 치밀한 술수를 엿보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금의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진집이다. 소명출판. 28만원.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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