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사, 견습, 엑기스, 납골당” 법령속 일제잔재 아직 수두룩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지만 아직 우리 법령에는 일본식 용어가 상당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제처는 지난해 9월 전수조사를 통해 선정한 302건의 일본식 법령 용어 가운데 14일 현재 전체의 28.8％에 해당하는 87건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직 일본식 법령 용어 가운데 70% 이상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법제처는 올해 말까지 전체의 55.6％에 해당하는 168건에 대한 정비를 완료하고, 2016년 이후 나머지 134건에 대한 정비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식 용어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먼저 한자어 발음을 그대로 읽는 방식의 음독(音讀) 한자어가 있다. 구체적인 예로는 구배(勾配, 고바이), 시말서(始末書) 등이 있다.

두번째 유형은 한자를 뜻으로 읽는 훈독(訓讀) 한자어가 있는데, 쓰기만 한자로 쓴 것일 뿐 순수한 일본어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견습(見習), 지득하다(知得하다, 알게 되다) 등이다.

세번째 유형은 '심판의 공정'(공정한 심판)이라는 식의 일본식 표현이고, 마지막 네번째 유형은 리어카(rear car, 손수레), 엑기스(extract, 추출물)라는 식으로 일본에서 만든 '정체불명'의 외국어다.

법제처가 현재 정비를 하고 있는 일본식 용어의 사례를 보면 우편법 시행령 등 14건의 법령에서 쓰인 가료(加療)라는 단어를 치료(治療)로 바꾸기로 하고, 현재 5건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

또 총 5건의 법령에서 쓰인 '가리'를 '칼륨'으로, 10건의 법령에서 사용된 '견습'을 '수습'으로 바꾸고 있다.

계산하여 정리한다는 의미의 계리(計理)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시행령 등 무려 46건의 법령에서 사용됐는데, 법제처는 '계리'를 '회계처리'로 바꾸기로 하고 16건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 등 8건의 법령에 사용되고 있는 구배(勾配)를 기울기나 비탈, 오르막 등으로 바꾸기로 하고, 2건에 대한 정비를 마무리했다.

또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등 총 10건의 법령에서 사용된 구좌(口座)를 계좌로 바꾸기로 하고, 3건에 대한 정비를 마쳤다.

불입(拂入)이라 단어는 우편법 시행령 등 총 32건에서 사용됐다. 법제처는 현재 10건의 법령에서 납입(納入)으로 정비했다.

이밖에 '부락'을 '마을'로, '시말서'는 '경위서'로, '행선지'는 '목적지'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정비 작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일본식 용어도 36개 법령, 12개나 된다.

주요 사례를 보면 '갑상샘'의 일본식 용어인 '갑상선'이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 15건의 법령에 사용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 사용된 '건정'도 '잠금장치'라는 의미의 일본식 표현이고, 관세공무원 복제 규칙에 사용된 '곤색'이란 표현도 '감색'으로 바꿔야 할 일본식 용어다.

이밖에 '납골당'은 '봉안당'으로, '레자'는 '인조가죽'으로, '미싱'은 '재봉틀'로, '불하'는 '매각'으로 정비해야 하지만 아직 정비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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