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건물 옥상에는 인권이 없다

Է:2015-08-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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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대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된 이성호(58)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취임식을 5시간여 앞둔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한 여성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45)씨의 부인 A씨였다. 최씨의 동료들은 ‘물, 식사, 전기! 인권위는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지난 6월 11일 최씨는 동료 한규협(41)씨와 함께 인권위 건물 옥상에 있는 광고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아차 사내 하도급과 비정규직 직원을 즉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주장했다. 이후 기아차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는 최소한의 식사와 식수, 생필품을 전달할 수 있게 해달라며 지난 6월 말과 지난달 28일, 지난 10일 등 3차례에 걸쳐 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냈다. 그렇게 30도가 넘는 폭염 가운데 목숨을 건 생존 투쟁이 벌써 64일을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3일 전부터 식사도 끊겼다. 광고탑 업체인 명보 애드넷은 농성 탓에 전광판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업무방해가 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를 근거로 음식물 공급도 막았다.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식수 등이 남아있었지만 13일 현재 음식과 식수가 모두 떨어진 상황이다. A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밥과 물은 줘야 한다. 이건 살인”이라고 눈물지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A씨 등은 14층인 옥상으로 올라갔지만 옥상 입구는 잠겨 있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 등이 계단에서 가족들을 막아 음식물은 결국 전달되지 못했다.

이날 오후 이성호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감수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제반 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판사 출신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법관일 때 법관의 역할에 충실했듯이 이제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비정규직 근로자, 이주민, 시설생활인, 노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이 마지막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권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직원 80여명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 시간 최씨와 한씨의 가족들과 동료들은 인권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위원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위원장은 “농성하는 분들의 가족들과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 하겠다”며 “업무파악이 안돼 만나기엔 상황이 애매하지만 소통의 차원에서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가족들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하고 옥상까지 올라가려 했던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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