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국회 운영위원회는 11일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한 뒤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선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다만, 이 후보자가 법조인 출신으로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거나 사법부에서 행정부로 자리를 옮겨 삼권분립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누리당에선 정용기 의원이 "자신과 아들의 병역문제가 깨끗한 분이 모처럼 후보자로 나왔다"고 치켜세운 데 이어 박성호 의원이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아람회 사건' 처리 과정에서 소수자 배려를 보면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하는 등 이 후보자 인선이 잘 이뤄졌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같은 당 문정림 의원도 "주요 9개 국가의 인권위원장 출신을 보니 5명은 변호사, 4명은 법학 또는 철학 교수"라며 "법을 다루는 사람은 인권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전문성이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법조인 출신인 이 후보자 인선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은 "이번 후보자 내정으로 우리나라 인권 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고, 실제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강등된다면 국제적 망신"이라며 인선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이 후보자가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시절 성전환자가 낸 성별변경 신청서에 성기 사진을 첨부하라고 했던 것을 두고 "인권위가 이미 2008년 1월 성 전환자는 신체검사를 서류로 대체하도록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한 증권사 계좌에 장녀의 명의로 5천만원을 예치했고, 장녀 소유의 은행 계좌에도 2012년 2천만원이 한꺼번에 들어왔다"며 "증여세 탈루나 금융실명제 위반 의혹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답변에서 인권위원 인선 과정과 관련해 "취임하면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추진해 최대한 등급이 'A등급'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인선) 절차의 공정성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질 논란에 대해선 "사람이 어느 직책에 있느냐에 따라 해야 할 역할이 다르다"며 "법관으로서 실정법에 따라 역할을 했지만, 인권위원장은 실정법의 범위를 넘어서 전향적으로 관습법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했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청문회를 통과해 인권위원장에 임명되면 낮은 자세로 어렵고 힘든 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장애인, 이주민, 난민, 성적소수자 등 다양한 인권 현장에 대한 경험과 감각을 쌓고 길러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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