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이 무너지고 벽이 갈라지는 공사장 같은 작품 허산 작가 ‘벽을 깨다’ 일주선화갤러리 벽속 숲길도

Է:2015-08-06 16:03
:2021-07-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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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어디에 있지? 무슨 공사장인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텅 빈 공간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유심히 살펴보면 가운데 기둥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태광그룹 일주학술문화재단과 선화예술문화재단이 7월 24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3층 ‘태광그룹 일주·선화갤러리’에서 여는 ‘벽을 깨다-허산 展’의 이색 풍경이다. 허산 작가는 영국 런던대학교 미술과 대학원 졸업 후 영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영국 왕립 조각가 소사이어티 신진작가상’ 수상으로 주목 받은 젊은 작가다.


대표 작품으로는 사물과 예술작품의 경계를 표현한 공간 설치작품 <경사각> <부서진 기둥> <벽에 난 구멍> 등이 있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 공간처럼 보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영국에서 선보인 작품 ‘Forgotten’ 연작은 그저 텅 빈 공간에 벽이 파헤쳐져 있을 뿐이다.

벽 주변에 부서진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 그 자체가 작품인 것이다. 이전에 작가가 작품으로 착각했던 갤러리 공사 현장에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벽 속에는 깨진 도자기 등이 들어있다. 작가의 고향인 경주 발굴 현장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작품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전시장 앞에 특이한 작품이 전시돼 있었는데 공사 현장처럼 벽도 부분적으로 무너져 있고, 주변에 공구들도 널려 있고요.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는데, 그 속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더니 헬멧을 쓴 사람이 제게 다가와서 비키라고 하더군요. 작품이 아니라 정말 공사 현장이었던 거지요. 오랫동안 조각 공부를 해왔는데 작품도 구별 못하나 싶어서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 이런 재미있는 상황을 내 작품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 ‘Forgotten’ 이외에도 공간 벽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악기 등을 놓기도 하고, 부서진 기둥이 위태롭게 서 있는 등 그의 작품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일상 속에서 예술을 찾게 한다. 전시장 벽에는 공사 현장 같은 작품이 놓여있고 창 밖 너머에는 실제 공사현장이 내려다 보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이번에 신작 ‘잊혀진 #09(벽 너머에 있는 숲)’을 선보인다. 이전 작품에서는 관람자들이 벽, 기둥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던 도자기 등을 통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엿보고 상상했다면 ‘잊혀진 #09(벽 너머에 있는 숲)’에서는 벽의 틈 사이로 들어가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숲을 만날 수 있다.

일상 공간에서 작품을 만나고, 작품 속에 들어가 자연을 만나는 형태이지만 결국 이 자연도 작가가 만들어낸 인공물이므로 작품이 되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흙을 밟으면서 숲으로 들어가 힐링을 할 수 있다. 건물 속에 자연을 그대로 옮긴 숲 작품이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다. 사무실 직원들이 점심 시간 등을 이용해 예술감상 산책코스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전시를 기획한 채문정 큐레이터는 “개념미술이 등장함으로써 무엇이 예술이고, 어디까지 예술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다. 작가 허산은 이 경계를 일상 공간으로 확대하여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찾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지하 2층에 있는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관람하기 전후에 3층 전시장을 둘러보면 영화도 보고 전시도 보는 문화감상의 항유와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관람을 희망하는 10인 이상 단체는 재단 이메일(seonhwagallery@gmail.com)로 작품 설명을 요청하면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후 12시30분, 4시30분, 토요일과 일요일은 낮 12시, 오후 2시에 정기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도슨트)을 15~20분 갖는다. 전시 정보는 일주학술문화재단(www.iljufoundation.org)과 선화예술문화재단(www.seonhwafoundation.org)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인 8월 15일부터 9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12인의 평론가가 들려주는 ‘현대미술사를 보는 눈, 『서양 현대미술가 12인 12색』’ 무료 강연도 진행될 예정이다(02-2002-7777).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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