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70대밖에 안됐는데 뭘 그리 빨리 갔나. 나는 한마리 짝잃은 거위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4일 '영원한 맞수'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별세 소식에 "참 오랫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냈는데 섭섭하고 쓸쓸할 따름"이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60년 지기'의 별세소식을 접했다는 박 전 의장은 "당장 오늘 오후에 빈소를 가보려고 한다"면서 거듭 "그 친구, 뭘 그리 급했는지 참…"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1938년생 동갑내기에 서울대 법대 동기생인 박 전 의장과 박 전 대표는 1961년 고등고시 13회 사법과 합격, 1988년 13대 총선 당선, 당 대변인, 법무부 장관, 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신기할 정도로 닮은 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두 '정치노객'은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공교롭게 같은 날이었다.
지난 2012년 2월 9일, 박 전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사퇴했고, 박 전 대표는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러난다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었다.
박 전 의장은 "그 친구와는 참 인연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았다"면서 "최근에는 잘 만난 일도 없고, 전화통화도 거의 한 적이 없었지만 늘 가까이 있는 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그 친구는 젊었을 때 나더러 '너는 왜 그렇게 둔하냐'면서 잘 놀렸고, 그러면 나는 '내가 고등학교 1등으로 졸업했는데 내가 왜 둔하냐'라고 맞받아치곤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 자랑 같지만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평민당 시절에 '박희태 같은 대변인 없나'라고 말해서 당 대변인으로 발탁된 게 박상천이었다"면서 "그래도 그 친구가 검사 시절에는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뒤에 마당을 쓸 듯'이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그 점은 내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한창 정치할 때 나는 술을 많이 마셨고 그 친구는 참 담배를 많이 피웠다. 하루에도 몇 갑을 피웠던 거 같다"며 "정치협상을 하러 저녁에 만났을 때 나는 술을 계속 마시고, 그 친구는 계속 담배만 피워댔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 전 의장은 약 1년전 서울법대 동기동창 모임에서 박 전 대표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전한 뒤 "테이블에 여럿이 같이 앉아 있었는데 그때도 자꾸 담배를 피우러 나가더라"면서 "소문으로는 건강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외견상으로 그렇게 나빠보이진 않아 괜찮겠거니 했는데…"라고 말했다.
박 전 의장은 '고인이 생전에 하신 말씀 중에 기억나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그 친구 재미있는 말은 할 줄 모르는 친구여서…"라며 "논리정연한 말은 잘했는데 유머러스한 말을 잘 못했다"라고 웃었다.
경남 남해 출신의 박 전 의장과 전남 고흥 출생의 박 전 대표는 각각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핵심으로 영호남 지역 구도에서도 막역한 친구로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두 사람의 담판으로 여야 후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TV토론을 성사시키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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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마리 짝잃은 거위” 영원한 맞수 박상천 보낸 박희태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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