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이스피싱 조직에 ‘범죄단체' 혐의 적용, 검찰에 이어 두 번째 사례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폭력조직과 같은 ‘범죄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6월 이 혐의로 기소된 피싱 조직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법원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대포통장 주인도 피싱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태국과 베트남에 근거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원 41명을 붙잡아 전원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태국 조직 총책 김모(36)씨 등 16명은 2013년 7월부터 푸켓에 콜센터를 차리고 제2금융권 대부업체인양 전화를 걸어 수수료나 보증보험료 명목으로 39명에게 5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베트남 조직의 부사장 원모(33)씨 등 25명은 지난해 7월부터 완첼롱에 콜센터를 만들고 역시 국내 대부업체를 사칭해 25명에게 1억3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원씨는 태국 조직에서도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김씨는 자금 투입과 조직 관리를, 원씨는 개인정보 데이터 관리, 시나리오 작성, 조직원 교육 등 운영 전반을 담당했다. 현지 경찰의 단속에 대비해 콜센터 집기를 숨기고 3분 안에 여행사로 위장하는 연습까지 수시로 해가며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해왔다.

경찰은 조직의 핵심인 김씨와 이씨에게 사기와 함께 형법 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최고 징역 15년형까지 내려질 수 있게 됐다.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 이 혐의를 적용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6월 대구지검 강력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28명에게 이 조항을 적용해 기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단체는 직접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어도 가입한 사실만으로 처벌된다. 범죄단체 혐의가 확정되면 보이스피싱 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김정운 판사는 보이스피싱에 당해 4500만원 피해를 입은 A씨(36)가 통장 명의자 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판사는 “피고들이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해도 통장·현금카드를 스스로 건네 범행이 쉬워지게 도왔다”며 공동 불법행위자로 책임을 물었다. 다만 피고 측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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